ADVERTISEMENT

‘꼬꼬마 가드’ 허예은 “166㎝면 충분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KB 허예은은 키 1m96㎝의 팀 센터 박지수(왼쪽)보다 30㎝ 가량 작다. 프리랜서 김성태

KB 허예은은 키 1m96㎝의 팀 센터 박지수(왼쪽)보다 30㎝ 가량 작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의 ‘꼬꼬마 가드’ 허예은(20)이 까치발을 들었다. 그런데도 옆에 선 KB 센터 박지수(23·1m96㎝)보다 30㎝는 작아 보였다.

여자프로농구 선두 KB 포인트가드 #위닝샷 2번 이끄는 등 화려한 활약 #귀여운 외모지만, 근육량 5㎏ 늘려 #"목표는 30연승" 전승 우승도 꿈꿔

15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 만난 허예은은 “농구화 벗고 잰 키가 정확히 1m66.1㎝다. 심성영(KB), 안혜지(부산 BNK) 언니 키가 1m65㎝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크다. 지금도 1㎝씩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사춘기라서”라며 생글생글 웃었다.

허예은은 귀여운 외모에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 신한은행전에서 16점·8어시스트를 올렸다. 종료 직전 박지수와 강이슬 대신 김민정에게 허를 찌르는 패스를 내줘 위닝샷을 이끌어냈다. 허예은은 지난 4일 아산 우리은행전에서도 종료 4.1초 전 김민정의 위닝샷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지난달 용인 삼성생명과 개막전에서는 박지수에게 앨리웁 패스를 넣었다. 허예은은 “김완수 감독님이 체스트 패스(두 손으로 가슴 앞에서 밀어내는 패스)만 하면 재미없다고 해서 야간에 백패스 연습을 했다. ‘사기 캐릭터’ 지수 언니를 믿고 과감하게 띄워줬다”고 했다. 허예은은 올 시즌 어시스트 전체 1위(6.9개)에 올라있다.

KB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허예은과 박지수. 프리랜서 김성태

KB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허예은과 박지수. 프리랜서 김성태

그의 별명은 ‘허 미니’, ‘꼬꼬마 가드’다. 허예은은 “키가 작은 걸 인정한다. 원망하지도 않는다. 불리하지만 절대 단점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여자농구 은메달을 이끈 가드 마치다 루이도 1m62㎝다. 그래도 빠르고, 수비 잘하고, 슈팅력까지 지녔다. 작은 키는 핑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팀 동료 김민정은 2001년생 허예은을 “농구밖에 모르는 애늙은이”라고 했다. 허예은은 인스타그램에 밴드 없이 풀 업(턱걸이)하는 영상을 올리며 ‘근육몬(근육 몬스터) 되는 중’이란 글을 남겼다. 그는 “허세 좀 부려봤다”며 웃은 뒤 “프로에서 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힘을 키웠다. 현재 체중 56㎏인데 근육량을 5㎏ 정도 늘렸다. 지난 시즌 도끼로 찍히듯 블록슛을 당한 뒤로 몸 좋은 언니들이 무서웠다. 올 시즌은 ‘어디 한번 쳐봐’라는 패기로 골 밑을 파고든다”고 말했다.

허예은은 지난 시즌 평균 출전시간 10분 52초에 2.68점에 그쳤다. 프로 3년 차인 올 시즌 30분 30초를 뛰며 평균 9.25점이다. 허예은은 “멈췄다가 쏘던 슛 폼을 좀 더 빠른 타이밍의 원 모션으로 바꿨다”고 했다. 지난 시즌 세트 오펜스를 고집해 속공 꼴찌(총 59개, 경기당 1.97개)였던 KB는 허예은과 함께 속공 개수 3위(23개), 평균 5위(2.9개)가 됐다.

지난 8월 TV 여자농구 다큐멘터리에 허예은이 버스 이동 중 휴대폰으로 농구 영상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허예은은 “NBA(미국프로농구) 애틀랜타 호크스의 가드 트레이 영 경기를 라이브로 즐겨본다. 주눅 들지 않고 기술과 플로터 슛으로 왜소한 신체조건(키 1m88㎝)을 상쇄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마산 산호초 출신 허예은은 “고향인 창원 LG에서 뛰었던 김시래(현 삼성) 선수를 보러 많이 갔다. 어시스트가 남다른 그의 팬이었다. 요새도 2대2 플레이하는 걸 본다”고 했다.

KB 허예은은 키 1m96㎝의 팀 센터 박지수(왼쪽)보다 30㎝ 가량 작다. 프리랜서 김성태

KB 허예은은 키 1m96㎝의 팀 센터 박지수(왼쪽)보다 30㎝ 가량 작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 시즌 1라운드에서 박지수가 MVP, 허예은이 기량발전상(MIP)을 받았다. 박지수가 골 밑을 든든히 지키며 공을 밖으로 빼주는 피딩(패스)을 한다. ‘좋은 센터가 좋은 가드를 만들어준다’는 농구계 격언이 있다. 박지수는 “그 반대다. 노련해진 예은이가 절 많이 챙겨주고 있다”고 하자, 허예은은 손사래 치며 “지수가 언니가 입단 때부터 절 업어 키우다시피 했다. 지금도 200% 언니 힘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 홈코트 청주체육관이 백신 접종센터로 쓰였기 때문에 KB는 원정 경기만 치렀다. 그런데도 17일 부산 BNK전(81-79 승) 포함해 8전 전승 선두다.

허예은은 “지난 신한은행전이 끝난 뒤 겁 없이 ‘30연승을 하겠다’고 말했다. 생뚱맞은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지수, 이슬, 민정 언니 등이 있는 우리는 무서운 팀이 됐다. 초반 좋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고도 우승을 못 해 상실감이 컸다. 다른 거 없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했다. 정규리그 6라운드를 모두 이기면 30승이다. 당돌한 허예은은 전승을 꿈꾸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