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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아시안게임 결산|금 157개중 19개뿐···중국의 벽 "실감"- 아득한 기록종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육상·수영 등 이른바 기본종목에서 한국선수단이 거둔 성과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육상은 총43개의 금메달 중 2개(남 마라톤·남8백m)를, 수영은 총40개(다이빙포함)중 단 한 개(남 배영2백m)을 건져 올렸을 뿐이다.
반면 중국은 육상에서 29개, 수영에서 32개를 각각 움켜줘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했고 일본은 육상·수영에서 각각 7개를 따냄으로써 한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당초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으나 북경대회를 통해 드러난 기본종목에서의 엄청난 경기력 차는 당분간 아시아권에서조차도 바닥 권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 같은 기본종목의 낙후성은 양궁·역도를 제외한 육상·수영·사이클·사격 등 기록경기에서 예외 없이 확인할 수 있다.
6개 기록경기에 걸려있는 금메달 수는 총1백57개. 이중 홈팀 중국이 67%에 달하는 금1백6개를 휩쓸었고 일본은 20개, 한국은 19개, 북한은 8개를 각각 나눠 갖는데 그쳤다.
중국파워는 4년 전인 86서울아시안게임 때의 금51개보다 무려 두 배 넘게 신장한 것으로 「북경의 대 경이(대경이)」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현재로선 극동아시아의 3강이 중국의 높은 벽을 허물기란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처럼 중국파워가 거의 전 종목에 걸쳐 세차게 휘몰아친 가운데 한국육상이 거둔 최대의 수확은 역시 김원탁(26·동양나일론)의 남자마라톤 우승.
북경올림픽경기장에 첫 태극기를 휘날리게 한 김의 쾌거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크게 살려줬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다. 특히 김은 질병(장염)의 고통을 의지로 극복, 1위로 골인(2시간12분56초)함으로써 진한 감동을 전해줬다.
또 남자8백m에서 우승, 전통의 중거리부문 강국의 체면을 살려준 김봉유(23·진로)의 승전보 역시 값지다.
수영에선 지상준(17·금천고)이 단연 군계일학격. 지는 남자배영2백m에서 우승, 지난78년 방콕대회의 히어로 조오련 이후 12년만에 남자수영에서 금메달을 건져 올리는 장거를 이룩했다.
최윤정 최윤희 자매이후 뚜렷한 신인발굴·육성에 실패한 한국수영은 그러나 지 외에는 은1개(여자계영4백m)와 동6개에 머무르는 극도의 빈약한 경기력을 면치 못했다.
사이클은 정보부재에다 경기력 향상에 등한시하다 실패한 케이스. 유독 2관왕에 오른 박민수(박민수·20·수자원공사)만이 제몫을 해냈을 뿐 당초 금 후보로 꼽히던 엄영섭(엄영섭·26·남자1㎞독주 스프린트) 김진영(김진영·20·부산외대)등은 레이스운영에 실패, 고작 은1·동4개를 추가하는데 그쳐 실망감을 안겼다.
사격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초 금7∼10개를 겨냥했으나 다관왕 후보로 꼽히던 이은철(23·푸른 동산) 박병택(24·상무)등이 2관 왕에 그친 데다 클레이에서는 기대이하의 졸전으로 노 금메달(북한은 클레이에서만 금4)을 기록, 금5개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중국은 금27개를, 북한은 금6개를 각각 움켜쥠으로써 한국을 눌렀다.
이에 반해 양궁과 역도는 한국의 종합2위 달성에 견인차 몫을 톡톡히 해내 큰 대조를 보였다. 양궁은 예상대로 남녀 개인 및 단체 등 금4개를 독차지해 다시 한번 한국양궁의 성가를 떨쳤다.
신궁 김수녕(·19·고려대)과 이장미(17·성화여고)가 자리바꿈 한 것 말고는 비 공인 세계신만 6개나 쏟아내는 두드러진 경기력 속에 정상의 활시위를 과시한 것은 괄목할만했다.
그러나 김정화를 앞세운 북한양궁의 위세 또한 만만찮아 한때 곤욕을 치렀음은 한번쯤 되씹어야할 대목이다.
출전에 앞서 「약물한파」의 된서리를 맞았던 역도는 예상대로 여자 부에서는 크게 부진했으나 남자부에서만 금5개를 들어올려 만족할 만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 기록은 빈약했으나 상대적인 우위를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북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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