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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향은의 트렌드 터치

고객경험 생태계, CX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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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매일 아침의 피부상태와 날씨를 센싱해 그날의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이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 화장품 디바이스가 개발되고,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쌓아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주며 알아서 최적의 건조코스를 적용해주는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출시되는 세상, 고객을 위한 더 나은 경험은 예리하고 민감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은 고객경험(CX)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내는 게 성장의 전제조건이 된 데다 고객경험 창출과 관리의 독창성이 그 브랜드 고유의 세계관으로 통하는 ‘CX 유니버스’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경험경제의 시대다. 고객 경험을 뜻하는 CX란 Customer eXperience의 약어로 기업과 고객간 접점의 총체적인 흐름을 일컫는데,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구입·사용·수리·폐기·재구매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경험과 정서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반응을 기획하고 분석하는 CX는 고객의 불만을 개선하는 CS를 넘어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 즉 상품과 서비스의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지형이 온라인과 옴니채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CX는 디지털 영역에 무게중심을 두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고객-기업간 상호작용의 산물
관계가치의 시대 경쟁우위이자
유일하게 로열티를 낳는 거위
CX는 경험경제 시대의 핵심

트렌드 터치 11/15

트렌드 터치 11/15

디지털 라이프 속에서 겪게 되는 경험의 채널은 너무나 다양하고, 느끼게 되는 감정 역시 변수가 많다. 그 변수를 모두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변수가 될 만한 요인들을 미리 알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불만의 씨앗을 제거하고 전혀 다른 만족의 방향으로 이끄는 고객경험 혁신이 필요하다. 고객과 정서적 관계를 맺어야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관계가치의 시대에 고객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감정을 배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대형 컴퓨터라 불리는 테슬라는 운전자의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테슬라 서버를 통해 전송받는다. 자동차 내외부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손 위치와 운전 방법에 대한 정보까지 고스란히 수집한다. 이 데이터들은 바로바로 분석 반영되어 테슬라가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을 돕고 다음 제품을 설계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매력에 빠진 테슬라 드라이버들에게는 본인들의 데이터가 전달되면 될수록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끼게 한다. 고객들의 자기효능감과 소속감을 동시에 높여주며 테슬라 유니버스가 구축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기술력 혹은 경쟁력 있는 제품과 공격적인 마케팅만으로도 실적을 올릴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기업문화·인력·기술투자 등 모든 요소의 초점을 고객에게 맞춰야 하는 복잡다단한 고객경험의 시대가 되었다. 고객경험은 직접경험, 간접경험, 가상경험까지 포함한다. 직접경험은 다시 탐색경험, 구매경험, 사용경험은 물론 공유경험, 재판매경험까지 점점 다양하게 세분되고 있다. 특히 체험마케팅에 익숙한 MZ세대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경험의 차별화가 최우선의 시장경쟁 전략이 되면서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를 기획하는 일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품을 구매하는 크로스오버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에 익숙한 MZ세대들은 디지털의 편의성에 최적화되어 있어 디바이스가 바뀌거나 환경이 바뀌어도 끊기지 않는 동일한 경험을 원한다. 마찰과 번거로움이 없는 심리스(seamless)한 고객경험, 한마디로 ‘원샷 원킬’을 위해 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감행하고 있다. 페인포인트가 생기는 기간도,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간도 매우 짧아진 고객들을 마이크로 모멘츠 관점에서 관리하는데 DX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DX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은 바로 고객경험 혁신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소리 없는 고객경험 지원은 충성고객으로 가는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놓아준다.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충성까지 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된다. 반복될수록 확고해지며 팬덤을 거쳐 하나의 세계관으로 발전하는 CX는 거의 유일하게 로열티를 낳는 거위다. 충성고객이 사라진 시대, 기업들이 구축해야 하는 CX유니버스는 위기를 맞은 고객관계를 회복할 절실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