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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가 사랑했던 '밤의 카페' 그 도시, 한국 화가에 빠져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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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에 있는 로마인 공동묘지 '알리스캉'에서는 10월 29일부터 이우환 화백의 전시 '레퀴엠'이 시작됐다. 아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40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프랑스 아를에 있는 로마인 공동묘지 '알리스캉'에서는 10월 29일부터 이우환 화백의 전시 '레퀴엠'이 시작됐다. 아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40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Arles)은 아트 투어의 성지로 불린다. 고흐의 그림 속 장면을 직접 찾아가고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지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아를을 찾는다. 한국 여행객에게 더 혹할 만한 소식이 있다. 거장 이우환(85) 화백의 전시가 지난달 시작됐고 내년에는 이우환 미술관까지 아를 한복판에 들어설 계획이다. 억만장자가 지은 미술관 '루마 아를'도 지난 6월 개장해 많은 여행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유네스코 40주년 기념, 이우환 작품 전시 

프랑스 아를을 찾은 여행자가 꼭 들르는 '반 고흐 카페'.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의 실제 배경이다.

프랑스 아를을 찾은 여행자가 꼭 들르는 '반 고흐 카페'.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의 실제 배경이다.

아를은 '고흐의 도시'로 불린다. 빈센트 반 고흐(1853~90)가 아를에 머문 건 14개월에 불과하지만 300여점에 이르는 작품을 그렸을 정도로 예술혼을 불살랐던 도시다. 하여 아를을 찾는 여행객은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밤' 등 유명 작품의 실제 배경을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는다. 아를 시에서도 그림 속 배경 장소마다 안내판을 설치해뒀다. 그 중 한곳이 로마인의 공동묘지 '알리스캉(Alyscamps)'이다. 바로 여기서 10월 29일부터 이우환 화백의 전시 '레퀴엠(Requiem)'이 시작됐다. 아를에는 알리스캉을 비롯한 8개 문화재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올해 유산 등재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별 전시로 내년 9월까지 진행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리스캉'은 고흐 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폴 고갱도 알리스캉을 그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리스캉'은 고흐 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폴 고갱도 알리스캉을 그렸다.

알리스캉에는 이 화백의 작품 14점이 전시됐다. 석관이 늘어선 입구부터 철판과 철봉, 자연석을 이용한 작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모든 작품이 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로마 시대 유적, 주변의 자연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어우러진다. 죽음과 삶, 고대와 현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도록 그의 작품이 다리를 놓아주는 것 같았다.

알리스캉 내 성당에 전시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알리스캉 내 성당에 전시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이 화백은 한국의 생존 화가 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동풍'은 올해 8월 31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이 화백과 프랑스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7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2014년 베르사유 궁에서 전시회도 가졌다. 내년 봄에는 아를 시내에 옛 호텔을 개조한 '이우환 미술관'이 개장할 예정이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미술관 설계를 맡았다.

고흐 붓 터치 닮은 미술관·호텔 

올해 6월 개장한 '루마 아를'은 아를의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고흐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타워를 만들었다.

올해 6월 개장한 '루마 아를'은 아를의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고흐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타워를 만들었다.

아를에 간다면 올해 6월 개장한 '루마 아를'도 꼭 들러봐야 한다. 스위스 부호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마야 호프만이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를 쏟아부은 데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맡아 전 세계의 이목을 끈 미술관이다. 옛 철도 정비소 부지를 활용한 미술관은 면적이 10만㎡에 이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테인리스 조각 1만1000개로 만든 56m 높이의 타워다.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타워는 게리 특유의 뒤틀린 듯한 건물 모양이 위용을 뽐낸다. 스테인리스 조각이 햇볕을 반사하면 고흐의 붓 터치를 보는 것 같다. 타워 정상에는 아를 시내를 360도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층층마다 53개의 '유리 박스'가 있어 다각도로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타워도 볼거리이지만 다양한 전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료로 개방하는 루마 아를에서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루마 아를은 옛 철도 정비소 자리에 세운 미술관이다. 무료로 입장해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루마 아를은 옛 철도 정비소 자리에 세운 미술관이다. 무료로 입장해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를 구도심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라를라탕'은 고흐의 붓 터치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아를 구도심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라를라탕'은 고흐의 붓 터치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마야 호프만은 루마 아를을 짓기 전부터 일찌감치 '빈센트 반 고흐 재단 아를'을 설립해 화가를 기리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였다. 호프만의 '고흐 편애'는 그가 운영하는 호텔에서도 드러난다. 이를테면 아를 구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라를라탕(L'arlatan)'은 코스타리카 출신의 건축가 호르헤 파르도가 설계를 맡았는데 호텔 내부 인테리어가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건물 외관은 5세기 로마 교회를 활용한 터라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색감에 놀라게 된다. 이 도시가 아니면 도무지 소화할 수 없을 법한 색감이다. 투숙객에게도 고흐와 프로방스 지역의 화려한 색을 보여주고 싶은 '고흐 찐팬'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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