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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포도밭길 달리고, 밤엔 교황도 즐긴 와인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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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랑스 프로방스는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여행지다. 전기자전거를 타면 포도밭 끼고 달리다가 마을 구석구석 보석 같은 풍광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사진은 ‘로크 알릭’ 마을에서 촬영했다. 멀리 보이는 산은 ‘당텔 드 몽미라이’.

프랑스 프로방스는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여행지다. 전기자전거를 타면 포도밭 끼고 달리다가 마을 구석구석 보석 같은 풍광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사진은 ‘로크 알릭’ 마을에서 촬영했다. 멀리 보이는 산은 ‘당텔 드 몽미라이’.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공식화하면서 해외여행도 조심스레 재개되는 분위기다.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제한적이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고 출입국 절차가 덜 복잡한 나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6월 9일부터 한국을 ‘녹색 국가’로 분류했다.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면 자가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 프랑스에도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여행지가 있다. 탁 트인 자연에서 한적하게 쉬기 좋은 프로방스 지역이다. 가을이 농익은 프로방스에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법을 보고 왔다.

올리브 따고 농가에서 하룻밤

프로방스는 넓다. 알프스 남쪽 자락부터 지중해 해안까지 아우른다. 가장 전형적인 프로방스 풍경, 그러니까 보랏빛 라벤더꽃이 흐드러진 들판과 고성(古城), 주황색 지붕의 농가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보클뤼즈’ 지역이다. 지금은 라벤더꽃이 다 지고 없지만 갈빛으로 물든 산촌의 풍경이 더없이 평화롭다.

10월부터 겨울까지는 올리브 수확 철이다.

10월부터 겨울까지는 올리브 수확 철이다.

올리브 수확 철을 맞아 숙소 겸 체험농장 ‘마스 호노랏’을 찾아갔다. 카바용 마을에 자리한 농장은 코로나 시국에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농장주 프레데릭 데넬은 “펜데믹 때문에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전원주택에서 쉬며 좋은 음식을 즐기는 여행을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며 “올해는 벨기에·독일에서도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데넬을 따라 올리브와 끝물에 접어든 포도·무화과 등을 땄다. 보통 나무 한 그루에서 올리브유 1ℓ가 나온단다.

미식 체험이야말로 프로방스 여행의 재미다. 사진은 순무 샐러드.

미식 체험이야말로 프로방스 여행의 재미다. 사진은 순무 샐러드.

체험을 곁들인 농촌관광은 프로방스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튿날 점심에도 비슷한 장소를 찾았다. ‘페르메 레 칼리스’도 숙소와 농장 체험을 겸한다. 이 숙소에 묵으면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수확하고 로즈마리·타임 같은 허브 잎을 따서 차로 끓여 마실 수있다. 점심으로 순무 샐러드와 인도네시아 볶음밥인 나시고랭을 프로방스식으로 해석한 음식을 먹었다. 현미와 대파·고수·껍질콩을 볶아낸 밥은 동남아와 프로방스 향기가 공존하는 묘한 맛이었다. 프로방스 사람은 제 고장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두시간 내내 음식과 식재료 자랑, 연중 300일 맑다는 프로방스의 날씨 자랑을 들었다.

카뮈 단골카페서 점심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고르드. 11세기 산비탈에 성과 요새, 마을이 들어섰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고르드. 11세기 산비탈에 성과 요새, 마을이 들어섰다.

보클뤼즈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란 수식어가 붙는 마을이 수두룩하다. 11세기 고성이 들어선 ‘고르드’가 대표적이다. 절벽에 세워진 마을 모습이 압도적이다.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살던 ‘루르마랭’도 인상적이었다. 1957년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카뮈는 이듬해 루르마랭에 집 한 채를 샀다. 정착 2년 만에 교통사고로 숨졌지만 마을은 지금까지 작가를 기리고 있다. 카뮈의 단골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묘소를 방문했다. 이름과 생몰 연도만 적힌 작가의 묘는 공동묘지에서 가장 소박해 보였다.

‘샤토네프뒤파프’에는 시음할 수 있는 와이너리가 많다.

‘샤토네프뒤파프’에는 시음할 수 있는 와이너리가 많다.

보클뤼즈의 작은 마을을 둘러보려면 자전거를 타는 게 좋다.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농로, 마을 길에 보석 같은 풍광이 숨어 있다. 크고 작은 언덕과 산길도 있지만 전기자전거를 타면 큰 부담이 없다. 자전거 전문 여행사 ‘라이드 앤 모어’의 크리스토프 피에라르 대표는 “어린이나 60~70대도 전기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며 “올해 자전거 여행자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르 바루, 수제트 같은 마을도 예뻤지만, 울긋불긋 물든 포도밭을 끼고 달리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

숙소를 운영하는 봄 드 브니즈 지역의 와이너리.

숙소를 운영하는 봄 드 브니즈 지역의 와이너리.

프로방스에 왔으니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작가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에서의 25년』에서 극찬한 로제 와인도 유명하고, 아비뇽 유수 때 교황과 사제들이 마셨던 ‘샤토네프디파프’ 지역의 레드 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하룻밤은 ‘봄 드 브니즈’ 마을의 와이너리에서 묵었다. 드넓은 포도밭을 물들인 낙조, 말 한마디 안 통했지만 유난히 친근했던 노부부의 환대가 마음 깊이 남았다.

여행정보

프랑스 프로방스

프랑스 프로방스

자가격리 없이 프랑스를 여행하려면 영문 백신접종증명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갖춰야 한다. 여행서약서도 필요하다. ‘주프랑스한국대사관’ 사이트에 있다. 식당·박물관 등 실내 시설은 보건 패스(Health pass)를 확인한다. 프랑스 정부 보건 패스 사이트에서 신청한 뒤 ‘Tous Anti Covid’ 앱에서 QR코드를 등록하면 된다. 프로방스 여행의 관문인 마르세유까지는 항공으로 이동하는 게 편하다.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노선에 주 3회 취항 중이다. 인천에서 수·금·일요일, 파리에서 월·목·토요일 출발한다. 파리 샤를 드골공항에서 마르세유로 가는 국내선은 하루 5~6편 뜬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프랑스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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