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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에서 6000억 자산가로 “돈은 잘 흘려보내야 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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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세계 1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켈리 델리』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켈리 최. [사진 켈리 최]

전세계 1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켈리 델리』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켈리 최. [사진 켈리 최]

전화 인터뷰를 앞두고 켈리 최(53)는 푸른 바다 사진을 보내왔다. “남태평양 지도에서 점으로도 안 보이는 작은 섬들 사이를 요트 여행 중”이라고 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매년 5월 ‘리치 리스트(Rich List)’를 발표한다. 켈리 최는 지난해 345위에 올랐다. 자산은 3억8900만 파운드(약 6200억원).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컴 부부(354위)보다도 앞섰다. 250위까지만 공개된 올해 리스트에서는 빠졌다.

2010년 스시로 출발한 회사 ‘켈리 델리’의 설립자로, 지금은 6개 푸드 브랜드를 유럽·남미 12개국, 1200개 매장에서 운영 중. 연 매출은 5400억원이다. 선데이타임스는 “한국 시골에서 두 형제를 영양실조로 잃었던 켈리 최가 스시 제국을 이뤘다”고 했다.

전북 정읍 태생인 켈리 최는 “8남매 중 둘이 영양실조로 숨졌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에 못 가게 되자 서울 봉제 공장에 취직해 야간 고등학교에 다녔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돈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에게 돈이 중요하다는 걸 열여섯에 처음 알았다.” 학교 보낼 돈도 없이 왜 자신을 태어나게 했을까 원망하며 공장에 들어간 그는 친구로 지낸 여공이 사고로 사망한 데 충격받아 공장에서도 나왔다. “라면 한 봉지로 일주일을 보내며 ‘저렇게 큰 빌딩과 좋은 집이 있고, 그 주인들도 눈코입 똑같이 달려있는데 왜 나만’이라며 괴로웠다. 저런 빌딩을 가지기 위해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야간고를 겨우 졸업하고 무작정 일본으로, 또 이어 프랑스로 떠났다. 고학으로 패션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전시 사업을 했지만 10억원 빚만 남았다. 세계 경제가 휘청인 2000년대 초반. 파리의 센 강을 내려다보며 죽음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돈은 나를 죄짓게 한 존재였다. 직원들 월급은 겨우 주고, 협력업체에는 돈을 못 줬다. 돈이 없어 피해를 줬다.”

실패한 사업에서 교훈을 얻고, 성공한 1000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때 스시가 눈에 들어와 프랑스 대형 마켓 체인 ‘까르푸’에 입점했다. 일본 스시 장인 야마모토 구니오에게 삼고초려 끝에 자문 승낙을 받으며 성공 물살을 탔다. “나를 위해 돈을 벌려 했을 땐 실패했다. 남에게도 좋은 일을 하자 마음먹으니 성공이 가까이 오더라.” 체인 가맹점주, 고객, 입점한 업체까지 ‘윈윈(win-win)’을 가장 큰 모토로 삼자 사업은 더 잘됐다.

그에게 돈은 뭘까.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345위라고 해 계산해보니 죽을 때까지 쓸 수가 없었다. 고여있지 않도록, 잘 흘려보내야 한다. 불쌍한 이들을 돕고 지구 환경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잘 쓸까 이게 관건이다.”

그는 “부자라고 행복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돈 달라는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아 시달릴 수 있다. 또 떼돈 번 사람도 죽고 나면 빚이 더 많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의 행복은 다른 곳에 있다. “남편, 열 살 딸과 아침을 만들어 먹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시 가난해져도 일어설 수 있으리란 확신을 준다.”

그는 무동력 요트로 여행 중이다. 출장 땐 이코노미 항공권을 이용한다. “흥청망청하면 행복하지 않다. 또 너무 많은 돈은 필요하지도 않다.”

그는 최근 저서  『웰씽킹』(다산북스)에서 부를 끌어당기는 마음 자세를 정리했다. ‘목표는 무조건 원대해야 한다’ ‘성공한 나의 모습을 매일 5분씩 시각화하라’ 등이다. “배운 방법을 세상에 놓고 가고 싶다. 인간은 인류의 진화에 기여하려 태어났다. 조금이라도 놓고 가야지, 가지고 가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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