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돈줄 죈다는데도, 금융시장 ‘긴축 발작’은 없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7.51포인트(0.25%) 상승한 2983.22를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잠시 3000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2980선으로 물러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발표에도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은 없었다.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25%(7.51포인트) 오른 2983.22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전날 종가(2975.71)보다 30포인트 넘게 뛰어올랐지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지수 상승 폭이 축소했다.

외국인(3300억원)과 기관투자가(3100억원)는 나란히 ‘사자’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는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순매도(6500억원)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도쿄 증시(0.93%)와 중국 상하이 증시(0.81%)의 상승 폭은 코스피보다 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1원 내린(환율은 오른) 달러당 1182.6원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 지표로 사용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04%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0.004%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하락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파월의 발언은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결과는 ‘테이퍼링 시작, 금리 인상은 아직’이란 (금융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증시의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의견이 나온다. 파월의 발언으로 조기 금리 인상의 우려는 덜었지만 테이퍼링으로 인한 파장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인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코스피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는) 현 수준에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변수다. Fed의 테이퍼링 결정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돈을 빼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금융시장에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면 원화가치가 떨어지는(환율은 오르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