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휩쓰는 M&A 주가도 덩달아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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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시에서 인수.합병(M&A)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고, 거래소 대기업 가운데도 대주주 지분이 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지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의 합병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어서 M&A 재료에 따라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A 바람 거세진다=개인투자자인 김주한씨가 1세대 벤처기업으로 통하는 가산전자의 지분 8.02%를 확보하면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산전자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金씨를 최대주주에서 끌어내릴 계획을 세우자 다시 金씨는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산전자 주가는 지난 22일 이후 55%나 올랐다.

또 코스닥 기업인 퓨센스가 온라인게임 업체와 합병하고, 휴먼정보기술과 자네트시스템의 경영권이 바뀌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이처럼 코스닥 기업의 M&A가 활발해지면서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된 공시가 올들어 1백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확보에 맞서 범(汎)현대가(現代家) 그룹들이 지분을 사들이며 주가가 급등했던 현대엘리베이터는 고(故)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씨의 회장 취임을 전후해 다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후 주가상승률이 90%에 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3분기 실적이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최근 주가급등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적대적 M&A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영권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세력들이 지분을 분산시키며 매집에 나섰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증권사도 M&A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외국계 자금의 인수 경쟁으로 한미은행 주가가 23일 이후 10% 올랐으며, 대형 증권사 인수 의사를 밝힌 하나증권도 27일 이후 24%나 올랐다.

◇M&A 활성화 방안 속속 마련=중소기업청은 내년부터 벤처기업의 합병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합병 때 신주 발행을 통한 주식교환 제도를 도입하고, 벤처기업을 인수할 자격을 상장 또는 등록법인을 포함한 비(非)벤처기업의 주요 주주로까지 확대된다.

또 내년부터는 2년 연속 손실을 봤거나 시가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진 코스닥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규정이 새로 적용된다. 결국 퇴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팔거나 다른 기업과 합병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정부가 소규모 등록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M&A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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