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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출마' 일부러 확답 안하는 이준석…여당부터 난리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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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될까, 하지 않게 될까.

어차피 답은 둘 중 하나밖에 없는 간단한 문제에 요즘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 1번지’라는 종로의 상징성에 더해 누가 출마하느냐에 따라 대선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단순한 의석 한 곳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곳이 원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선 반드시 수성해야 할 가치도 있다.

그런 종로 출마 여부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최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 종로가 비었을 때만 해도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첫 금배지를 달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제가 나가든 다른 사람이 나가든 비슷하다”면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가 민주당에게 전략적 모호성을 줘야 되지 않겠느냐. 아무래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고민을 해야 할 거리를 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남겼다. 일부러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 입장을 취한다는 얘기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하는 모습. 연합뉴스

야권의 호사가 사이에선 “이 대표의 종로 출마 카드가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야권 단일화 협상 때 내놓을 양보 카드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 경쟁은 그 때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빙 승부로 치러질 대선에서 안 대표의 지지층을 끌어안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국민의힘 수뇌부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 때 종로 공천은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최근 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연이어 당선됐지만 국민의힘 낙선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였다. 당락이 달랐을 뿐 모두가 거물이었다. 그런 종로는 정치적 돌파구를 찾아야 할 안 대표에게 매력적인 곳이 될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출마 가능성을 흘려놓고 야권 단일화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안 대표에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 가능성이다.

내년 대선의 승부처가 2030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대표의 종로 출마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되든 대선 후보와 이 대표가 각각 전통적 야권 지지층과 2030세대를 분담해 ‘쌍끌이 지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에서 상대적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경우 이 대표의 종로 출마를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실제 윤 전 총장 캠프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면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가운데)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27일 강원 춘천시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 대표,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가운데)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27일 강원 춘천시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 대표,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뉴스1

이 대표의 종로 출마는 민주당의 선거 구상에 혼선을 주기에도 좋은 카드로 꼽힌다. 당장 민주당이 이 대표에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전략적 모호성을 열어놓겠다고 얘기하는데 정치 하수 중에 하수”라며 “출마하는 사람이 자기 입으로 자기가 출마한다는 것은 진짜 하수고, 당 대표가 대선이란 중차대한 일을 앞에 놓고 자기 출마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철근 국민의힘 대표 정무실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문재인의 복심 윤건영 의원이 화들짝 놀라 이준석 대표 비난 대열에 나서는 걸 보니 이 대표의 ‘민주당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성공한 것 같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면 민주당에서 내보낼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다목적 카드로 쓰일 수 있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종로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 대표의 측근은 “아직까지는 종로 출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로서 대선을 치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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