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노3김 시대 마침표…정치권 “역사 죄인” “북방외교 성과”

중앙일보

입력 2021.10.27 00:02

업데이트 2021.10.2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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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별도의 애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國家葬) 실시 여부와 문 대통령의 예우 방식이 연동된 부분이 있다”며 “예우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의 메시지를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장례 방식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노 전 대통령은 일단 국가장을 치를 수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무조건 국가장을 치르는 건 아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족의 뜻을 고려해 문 대통령에게 국가장을 제청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문 대통령이 결정한다. 27일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결정은 그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 여론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박철언 전 장관(왼쪽)이 26일 오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리던 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이기도 하다. [뉴스1]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박철언 전 장관(왼쪽)이 26일 오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리던 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이기도 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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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안장될지도 관심사다. 군사반란 등 혐의로 1997년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의 국립현충원 안장은 불가능하다. 유가족은 성명을 통해 “장례 절차는 정부와 협의 중이며 장지는 고인이 재임 시 조성한 통일동산이 있는 경기도 파주로 모시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고인의 생애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자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에 가담한 역사의 죄인”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현대사에 빛과 그늘을 함께 남겼다. 고인의 자녀가 5·18 영령께 여러 차례 사과하고 참배한 것은 평가받을 일”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 후보는 27일 오후 빈소(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갈 계획이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면서 “고인은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북방외교 등의 성과도 거두었다. 하지만 12·12 군사쿠데타, 5·18 민주화운동 민간인 학살 개입 등의 과오는 어떤 이유로도 덮어질 수 없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북방정책이라든가, 냉전 끝무렵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열어주신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평가했고, 홍준표 의원은 “가장 잘한 정책은 북방정책과 범죄와의 전쟁이었다”고 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은 “전두환과 함께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큰 오점이 있는 분이나 마지막 떠나는 길인 만큼 예우를 갖추고자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부고를 듣고 침묵 속에 눈물을 지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별세 소식을 접하고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지으셨다고 부인 이순자 여사가 전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론 고인의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당초 이르면 27일 미국 출장길에 오를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다소 늦추고 예의를 갖추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노 전 대통령 별세 소식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노태우 선생은 일찍이 한·중 수교를 추동하고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며 “중국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주요 외신도 노 전 대통령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고인은 서울올림픽을 개최해 한국을 널리 알렸고, 재임 기간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배로 뛰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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