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호남민심 끌어안기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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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열리는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다.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은 30일 "우리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지는 전직 대통령의 도서관 개관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金 전 대통령 측 김한정 비서관도 "현직 대통령이 축하해주러 오는 데 대해 (DJ는)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결부시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과 신당 창당을 앞둔 시기에 이뤄지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정치권에선 "청와대 측의 호남 민심 끌어안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대중 도서관은 지상 5층, 지하 3층 규모로 DJ가 소장해온 장서 1만6천권과 함께 그의 정치역정이 담긴 각종 자료와 문서, 대통령 재임시의 일정 및 회의 내용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은 대학노트 26권 분량의 친필메모, 해외의 지인 및 민주인사들과 교환한 편지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중엔 1971년 신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당시 내걸었던, '10년세도 썩은 정치, 못참겠다 갈아치자'는 구호가 적힌 선거포스터도 있다. 78년 서울대병원에 연금됐을 당시 누런 종이에 못으로 눌러쓴 편지도 눈에 띈다.

당시 유일하게 면회가 허용된 부인 이희호 여사를 통해 외부에 전달된 이 편지는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서명에 사용했던 펜과 함께 2층에 전시돼 있다.

▶73년 도쿄 납치사건 때의 기자회견 녹음 테이프▶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낭독했던 친필 성명서▶껌종이 뒷면에 깨알 같이 쓴 옥중편지▶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선물로 보내준 시계▶미국 망명시절 필리핀의 아키노가 쓰다 DJ에게 넘겨준 타자기도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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