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치와 돈:2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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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간연재/민자는 3∼4천억 알부자/평민도 땅값 올라 톡톡히 재미
집권 민자당은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부자다.
대재벌한테는 비할 수 없지만 웬만한 기업은 저리가라다. 전국에 걸쳐 요지에 땅을 갖고 있던 것이 그동안 부동산값이 엄청나게 뛰어오르는 바람에 천억원대 땅부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민자당뿐 아니라 평민당과 구 민주당도 부동산으로는 다 짭짤한 재미를 봤는데 특히 당사건물과 땅을 확보해 온 민자당이 땅값 폭등의 재미를 가장 톡톡히 본 것이다.
민자당은 우선 서울에만 엄청난 부동산을 갖고 있다. 현재 민자당이 쓰고 있는 중앙당사는 여의도 대완빌딩과 관훈동 두곳. 5백20여명의 중앙당 사무처 요원이 한곳에 들어갈 수 없어 두집 살림을 하고 있다.
이중 수뇌부가 들어 있는 대완빌딩(3∼10층)은 보증금 5억원을 주고 임대한 것이며 관훈동 건물은 실소유.
서울의 땅치고 금싸라기 아닌 게 드물지만 관훈동 당사는 그야말로 알짜. 앞길인 인사동 골동품거리에 그만한 규모(대지 1천7백20평)의 땅이 없는데다 바로 옆에 지하철역(안국역)이 있어 교통 또한 요지.
10층짜리 본관 등 4동의 건물은 총 2천2백85평. 2백여대가 주차할 수 있다. 건물배치와 주차시설이 엉성하지만 전체를 헐어 다시 이용할 수도 있다.
당사무처에서 새로 중앙당사를 물색하기 위해 관훈동 당사를 복덕방에 내놓은 공식가격은 「감정가」로 따져 2백52억1천만원. 건물값 22억원에 땅값은 평당 1천3백40만원씩 쳐 2백30억원을 감정받았다는 게 민자당의 공식 설명이다.
요즘은 감정가와 시가의 차이가 별로 없고 집권당이라고 해서 땅값을 더 올려받을 수 없지만 ▲시내에 그만한 땅 구하기가 어렵고 ◆교통도 해결돼 매수자만 잘 만나면 1천억원까지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것.
사당 네거리에서 방배동쪽으로 바로 왼편에 있는 서울시지부 건물은 감정가 1백41억2천만원. 대지 8백88평에 3층건물(2백89평)으로 땅값만 평당 1천5백만원인데 사당역 입구에다 대로변이어서 입지조건이 그만이라는 것
민자당의 땅 부자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가락동 중앙정치교육원. 대지가 물경 2만평에 건물 3개동(연건평 6천4백평)으로 주변이 고급아파트촌에다 상가가 있다. 과거 4당시절 공화당이 민정당을 상대로 옛땅을 찾는다며 재산반환소송을 걸었다가 3당합당으로 자동취하했으나 88년 소송이 한창일 때 「3백50억원 정치싸움」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동안 부동산값이 껑충 뛰어 지금은 1천억원 정도 호가한다고 관계자들이 밝히고 있다. 땅값만 쳐서 평당 5백만원 잡고 하는 소리다.
그러나 복덕방에 내놓기만 하면 우선 아파트부지로 그쪽 지역에서 그만한 알짜배기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적지여서 2천억원 정도는 가볍게 부를 수 있다는 게 교육원 근무자의 얘기.
서울에만 부동산이 있는 게 아니며 충남 천원군 망향의 동산 부근에 12만여평의 땅을 갖고 있다. 「민자동산」이라고 이름붙인 이 땅은 88년 민정당에서 연수원을 짓는다고 매입했으며 지난 5월 현지 주민(병천면 가전리)들이 개발하지 않고 놀릴바에야 되팔라고 항의소동을 벌였다.
주민들은 땅을 산 지 2년이 넘도록 연수원을 짓지 않고 조림만 하고 있어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며 건물을 짓든지,매입한 가격에 도로 팔든지 하라고 요구해 골치를 썩였던 곳.
88년 민정당 사무총장 명의로 40억원 정도에 샀으며 지금은 1백억원이 넘어 차익만도 두배가 넘으며 날이 갈수록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
부산ㆍ대구ㆍ수원ㆍ광주에 있는 각 시ㆍ도지부 부동산도 상당하다. 부산시 지부만 해도 50억원짜리 5층이며 각 시ㆍ도지부가 중심가 요지에 번듯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민자당이 연일 집안싸움만 하고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어 부동산 알부자 소문이 날까봐 쉬쉬하고 겉으론 땅값을 싸게 매겨 설명하고 있으나 시가로 치면 3천억∼4천억원 수준의 땅ㆍ건물을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물론 이 부동산은 모두 구 민정당이 소유해온 것.
당사공간이 좁고 관훈동과 여의도의 두집살림이어서 근무기강이 안잡힌다고해 새로 옮기려고 잡아놓은 곳이 여의도 63빌딩 옆 라이프빌딩. 4대문안 광화문 이마빌딩,종로4가 해운항만청 자리를 후보로 검토했으나 마땅치 않아 라이프빌딩을 인수키로 내부적으로 확정해 놓고 있다.
대지 2천평,건평 1만1천평인 이곳은 감정가가 4백84억원이라는 게 민자당의 설명으로 관훈동 당사는 팔고 모자라는 것은 방배동 서울시지부 건물을 라이프주택에 명의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당이 깨져가는데 무슨 이사냐』는 내부비판도 있고 라이프주택쪽에서도 감정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다.
민자당이 당사를 이전한다,뭐다해 배부른 소리를 하는데 이에 못지 않게 평민당도 땅값이 올라 크게 재미를 보고 있다.
여의도백화점 6∼8층에 있는 중앙당사(1천평)는 시가 30억원 상당. 88년에 살때 업주가 망해 「거져 줍다시피」(2년거치 5년분할 상환)해서 샀는데 2년 만에 10배정도 이득을 봤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마포의 제2당사는 지하 1층ㆍ지상 5층(대지 2백30평ㆍ건평 6백평)으로 평당 1천만원에 25억원 정도.
이 두 건물을 살때 일부에선 『돈도 없는데 세나 들지』하고 반대했으나 김대중 총재가 어려운 살림에 매입해 그의 경제적 안목이 나중에 평가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의도 충무빌딩 3층(2백75평)을 보증금 1억원,월 임대료ㆍ관리비 1천5백만원으로 입주해 정당의 세차이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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