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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폴드2가 126만원? 때아닌 중고폰 시장 호황, 이유 있었다 [김경진의 테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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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3 등 프리미엄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중고폰 시장엔 때아닌 활기가 돌고 있다. 보통 신제품이 나오면 전작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전작의 제품 경쟁력도 있지만, 최근 부품 공급난으로 단말기 공급이 달리면서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전작을 찾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2.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2. [사진 삼성전자]

중고 갤폴드2 인기…지난달 평균 가격 104만원 

중앙일보가 중고폰 기업간(B2B) 거래 플랫폼인 유피엠에 의뢰해 지난 7~9월 새 중고폰 거래량과 가격을 분석했더니 최근 신제품 출시에도 갤폴드 구형 모델과 아이폰12가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피엠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국내 중고폰 사업자는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지난 8월 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Z 폴드3의 전작인 갤폴드2 제품은 7월 4792대, 8월 5009대, 9월 3933대가 거래됐다. 보통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보다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갤폴드2는 달랐다.

갤폴드2의 평균 매입가격은 7월 114만6000원에서 8월 107만9000원, 9월 104만원으로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상태가 최상급인 제품(최고가격)의 경우 7월 130만원에서 8월 125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신제품 출시 이후인 9월엔 126만5000원으로 가격이 되레 올랐다.

유상현 유피엠 대표는 “갤폴드3는 신제품 출시로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관심은 커진 데 비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갤폴드2로 눈길을 돌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고 스마트폰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고 스마트폰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겉으로 봐선 갤폴드3와 큰 차이가 없는 외형 디자인도 갤폴드2의 중고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작 대비 4배 커진 커버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디자인으로 큰 변화를 준 갤플립3 제품의 경우 전작의 가격 하락폭이 컸다. 갤플립3의 전작인 갤플립 5G의 평균 가격은 7월 62만2000원→52만3000원(8월)→45만2000원(9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이폰12 프로맥스 평균 100만원 넘어 

아이폰 12 프로맥스 모델.

아이폰 12 프로맥스 모델.

아이폰12(128GB) 역시 평균 가격이 7월 70만5000원에서 8월 67만9000원, 9월 63만원으로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 이 모델의 최대 가격은 7월 88만원에서 8월 85만원으로 내려간 뒤 9월 87만원으로 회복됐다. 아이폰12 시리즈 중 가장 고가인 아이폰12 프로맥스 모델(256GB)은 평균 가격이 7월 118만원, 8월 112만6000원, 9월 105만원 수준으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모델은 신제품(아이폰13) 출시가 임박한 지난달에도 최고 가격이 132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아이폰은 ‘폰테크(폰+재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격 하락 폭이 작은 편이다. 업계는 출시 1년 뒤 삼성전자 중고폰은 출고가의 50% 수준, 아이폰은 출고가의 70~80%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본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제공하는 중고폰 시세 서비스 ‘내폰시세’에 따르면 아이폰11,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됐을 때 전작 모델의 중고 시세는 출고가의 70% 수준을 유지했다.

번개장터 인기 검색어 1위는 ‘아이폰’

번개장터의 시세 조회 서비스.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의 시세 조회 서비스. [사진 번개장터]

번개장터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이폰 검색량은 250만 건으로 아이폰12(42만 건), 아이폰11(34만 건), 아이폰XS(31만 건) 순이었다.

아이폰이 중고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중고 거래가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층)가 선호하는 브랜드여서다. KT에 따르면 아이폰13에 대한 사전 예약 고객의 81%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현 대표는 “요즘 2030대는 새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부터 중고로 내다팔 것을 고려해 제품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박스와 구성품을 잘 보관한다”며 “이에 따라 아이폰의 중고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이는 다시 신형 아이폰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표병훈 번개장터 디지털사업본부장은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고폰을 찾거나,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이전 모델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다”며 “중고폰을 산 뒤 알뜰폰 요금제와 연결해 저렴하게 사용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의 테라스] 요즘 뜨는 ‘테크’ 트렌드와 함께 달라지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소식을 쉽고, 감각 있게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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