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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홍준표, 본경선서 비중 커진 당원 득표율에 촉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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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5면

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스1]

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스1]

8일 국민의힘 2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가 발표되자 정치권에서는 누가 1·2위를 차지했는지, 득표율은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등의 정보가 담긴 여러 버전의 지라시(사설 정보)가 돌았다. ‘2강’으로 불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캠프에서는 “우리가 앞섰다”는 비공식 분석 결과도 나왔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여론조사에서는 근소하게 밀렸지만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섰다”는 주장이, 홍 의원 캠프에선 “합산 결과 홍 의원이 이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후 들어 윤 전 총장이 1위, 홍 의원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득표율 차이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오갔다. 민심과 당심에서 누가 앞섰는지를 놓고도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는 “시중에 경선 결과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돌고 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기호 사무총장도 “현재 유포되는 추측성 수치는 실제 컷오프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날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집계는 발표 직전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인 성일종·한기호 의원, 당직자 세 명 등 총 6명만 입회해 진행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결과 발표는 컷오프 결과가 집계된 즉시 파기하는 등 만반의 보안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이 특정 수치 차이로 1위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홍 의원 캠프는 이날 저녁 “당 선관위가 현 사태에 즉각 개입해 입장을 발표하고 공정 선거 위반 행위에 강력히 경고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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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이번 2차 컷오프 결과에는 지난 5월 3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가입한 신규 당원의 표심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국민의힘 책임당원 기준이 ‘3개월 이상 당비 납부’에서 ‘1년 1회 이상 납부’로 바뀌면서 신규 당원 중 상당수(약 23만 명)가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됐다.

특히 다음달 5일 최종 후보를 뽑는 본경선에서는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가 50%씩 반영돼 3대7 비중이었던 2차 컷오프 때보다 당심의 비중이 더욱 커지는 만큼 이들 신규 당원이 누구를 지지할지가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컷오프 통과를 놓고도 당내 득실 계산이 분주했다. 한 중진 의원은 “본경선에서도 윤 전 총장을 겨냥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강한 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윤 전 총장에게 더 우호적인 원 전 지사가 포함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1등보다 더 치열한 4등 경쟁’을 뚫고 생존한 원 전 지사도 “반드시 최종 후보가 되겠다. 이제는 원희룡의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원 전 지사가 본경선에서 얼마나 표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박빙인 1·2위 승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황교안 전 총리 등 탈락한 후보들이 어떤 후보를 측면 지원할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날 2차 컷오프 결과가 발표되자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곧바로 경북 지역으로 달려가 당원들과의 스킨십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경북을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정신이 가장 투철한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홍 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대구·경북(TK) 지역에 향후 50년 동안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보장되는 산업 기반을 다지겠다”고 공언했다. 당내에선 “두 후보가 컷오프 첫날부터 본경선 승부의 열쇠를 쥔 당원 투표를 겨냥해 수도권 다음으로 책임당원 수가 많은 TK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날 컷오프에서는 1등 못지않게 4등에도 큰 관심이 쏠렸는데 결국 원 전 지사가 막차를 타게 됐다. 원 전 지사는 “(결과 발표를 앞두고) 첫 아이를 낳을 때처럼 끝까지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8강에서의 ‘n분의 1’과 4강에서의 ‘n분의 1’은 전혀 다를 것”이라며 본경선에서의 선전을 자신했다.

정치 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의 잇단 실책으로 정권 교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며 “당원들이 전략적 판단을 통해 중도 확장성이 큰 원 전 지사를 4강에 합류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4강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최 전 원장은 정치 도전 석 달여 만에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미담 제조기’란 별명에 강직한 이미지로 단숨에 야권 우량주로 부상했지만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 전 원장은 결과 발표 뒤 “성원에 감사드린다. 정권 교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탈락한 후보 중 최 전 원장이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변수는 있다. ‘반문재인’ 전선을 공통분모로 삼아 윤 전 총장이나 또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통해 재기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강 합류에 실패한 하태경 의원은 “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 저도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했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우리 당의 공정한 경선 결과와 국민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줄곧 제기해 온 황 전 총리는 2차 컷오프 결과에 대해서도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이번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후보별 득표율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특정 후보의 종합 득표율이 과잉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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