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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측 “선 넘지 마라” vs 이낙연 측 “설훈 발언 와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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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4면

9~10일 대선후보 마지막 경선을 앞두고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9~10일 대선후보 마지막 경선을 앞두고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득표율 1·2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최종 경선을 이틀 앞둔 8일에도 팽팽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특히 이 전 대표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전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후보(이 지사)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됐다.

정면 대응을 자제해 온 이 지사 캠프 측에서도 이날은 날 선 반응이 나왔다.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설 의원의 발언은 선을 넘었지만 1등 후보 입장에서 관대하게 민감한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틀 남았는데 더는 선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설 의원이 5선 의원이니까 5선인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 캠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의 생사가 달린 경선의 마지막 순간에 그런 말을 하면 되겠느냐”며 “제시된 근거가 허위라면 설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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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 측 입장은 조금 더 복잡하다. 내부적으로는 “이 지사의 최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된 게 결선투표를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자칫 ‘경선 불복’이나 ‘내부 총질’ 프레임에 말려들까 고민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전 대표 캠프가 “경선 불복은 절대 없다. 이 전 대표가 원팀 만들기에 가장 앞장설 것”이란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 캠프의 김종민 의원은 “대장동 이슈로 이 지사에 대한 불안감이 부각되면서 막판에 결선투표를 만들어보자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며 “순위를 뒤집는 건 아니더라도 이 지사의 득표율을 3~4% 변화시키는 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설 의원의 발언은 어떤 사실관계를 가지고 구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취지는 아닌데 확대해석되거나 와전됐다고 생각한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도 여전히 잠재적인 내부 갈등 요소로 꼽힌다. 친문 성향 의원들 연구 모임인 ‘민주주의 4.0’에 속한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 등이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반대를 ‘반이재명’의 이유로 내걸고 있어서다. 김 의원은 이날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은 예산 60조원을 쏟아붓는 것인데 이게 좀 위험하다는 반발이 만만찮다”며 “하지만 이번 경선 과정에서는 이 정책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캠프의 한 의원은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되면 찬반이 갈리는 기본소득 공약을 일부 수정·보완해서라도 민주당 의원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경기 지역 대의원·권리당원(16만4696명) 투표와 10일 서울 지역 대의원·권리당원(14만4481명) 투표, 그리고 ‘3차 수퍼위크’로 불리는 10일 국민선거인단(30만5780명) 투표에는 총 61만여 표가 걸려 있다. 이 결과를 포함해 이 지사가 최종적으로 50% 이상 득표하면 이 지사는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된다.

다만 3차 선거인단 투표율(74.7%)이 지금까지의 평균 투표율(65.96%)보다 높은 점이 변수다. 당장 약 140만 표로 전망되던 최종 유효 투표수가 142만 표로 늘어날 전망이고, 그에 따라 과반 득표 기준선도 70만 표에서 71만 표로 늘어나게 됐다. 지금까지 54만5537표를 득표한 이 지사 입장에선 16만4463표를 더 얻어야 하는 셈이다. 투표율로 따졌을 때 9~10일 이틀간 41%를 얻어야 본선 직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차 수퍼위크 때 낮아졌던 투표율(49.68%)이 3차 수퍼위크에서 반등한 것을 두고 양측에선 제각각 유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 지사 측 안민석 의원은 “높아진 투표율은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이 지사를 지키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 때 얻었던 57%에 육박하는 누적 득표율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에선 높아진 투표율로 인해 이 지사의 본선 직행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이 전 대표 쪽으로 결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내년 대선에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단 이사장직은 관례상 연임이 가능한데도 유 이사장이 대선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 공개적으로 ‘임기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유 이사장이 이 지사를 돕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문 출신인 이 지사가 친노·친문의 상징성을 지닌 유 이사장에게 경선 이후 진영 전체를 ‘원팀’으로 묶는 역할을 맡길 것이란 분석이다.

이 지사 측 안민석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 이사장을 포함해 지지자들의 신망을 받는 ‘셀럽’들이 나서서 이 지사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또 그런 것들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유 이사장이 평소 자주 소통해 왔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유 이사장이 당을 하나로 묶고 야권의 공세를 막는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 친노’ 그룹의 좌장격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경선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해소하고 ‘원팀’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줄 또 다른 인사로 거론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은 이 지사가 후보로 선출되면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이른바 ‘3철’로 불리는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그런 만큼 이 지사 입장에선 이 전 수석의 가세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전 수석과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수석이 선대위 공식 직책은 맡지 않겠지만 물밑에서 분열된 조직들을 수습하고 하나로 묶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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