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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아닌 제구" 선발 밀려난 오원석의 방향성

중앙일보

입력

8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SSG 오원석이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오원석은 최근 성적 부진을 이유로 보직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바뀌었다. [뉴스1]

8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SSG 오원석이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오원석은 최근 성적 부진을 이유로 보직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바뀌었다. [뉴스1]

구속이 아닌 제구. 선발 보직을 박탈당한 왼손 투수 오원석(20·SSG)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오원석은 지난 23일 인천 롯데전이 끝난 뒤 보직이 불펜으로 바뀌었다. 4월 말 로테이션에 포함돼 줄곧 선발 투수로 뛰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선발 등판한 19경기 평균자책점이 6.11. 불펜(7경기·평균자책점 3.86)으로 나섰을 때보다 성적이 크게 악화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오원석에 대해 "구속보다 제구다. 스트라이크존에 어느 정도 던져줘야지 경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오원석은 선발 등판했을 때 9이닝당 볼넷이 6.75개. 삼진과 볼넷 비율이 정확히 1:1이었다. 삼진 1개를 잡아내면 볼넷 1개를 허용했다. 이닝당 투구 수가 19.5개. 4이닝만 투구 해도 한계 투구 수(경기당 평균 86.2개)에 이른다. 비효율적인 투구가 반복됐다.

오원석은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시속 140㎞를 겨우 넘는다. 투구 레퍼토리도 단조롭다. 패스트볼에 슬라이더를 섞고 가끔 체인지업을 더한다. 그래서 제구가 더 중요하다. 김원형 감독은 "구속보다 회전력을 비롯해 타자를 힘들게 할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제구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니까 경기를 하기 힘든 상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오원석은 SSG의 '미래 자산'이다. 야탑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로, 지난해 1군에 데뷔했고 올 시즌 출전 기회를 늘렸다. 데뷔 첫 100이닝 소화가 임박했다. 차근차근 경험은 쌓고 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 선발로 계속 기용할 경우 자신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불펜 이동은 팀 내부 사정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에 가깝다. 김원형 감독은 "젊은 선수가 선발 투수로 계속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어느 정도 나와야 한다. 선발로 계속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2군에서 여유 있게 육성할 시간은 없다. SSG는 1군 마운드 초비상이다. 선발진 연쇄 부상으로 몇몇 불펜 투수들이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다. 그 영향으로 불펜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졌다. 오원석을 1군에서 제외하지 않고 불펜으로 이동시킨 이유다.

김원형 감독은 "(김)택형이는 마무리 투수여서 경기 초반에 나올 수 없다. (김)태훈이는 중요한 상황에서 나가야 한다"고 왼손 불펜 기용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상황에 따라 출전이 제한되는 왼손 필승조를 대신해 오원석의 불펜 활용 폭을 넓힐 계획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롱릴리프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다.

류선규 SSG 단장은 "100이닝 가까이 던지면서 체력 부담이 있어 보인다. 오원석은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성이 있는 투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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