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실세금리 상승세…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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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시중 실세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10월 들어 채권 유통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면서 여기에 연동되는 은행 대출금리도 떼밀려 상승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의 채권금리가 최근 나란히 올랐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8일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연 1%)를 앞으로 상당기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회복 흐름을 감안할 때 각국의 금리는 이미 장기 상승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기울기가 가파르지는 않겠지만 2보 전진 1보 후퇴 식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 상승은 경제 구석구석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초저금리에 기대어 급등했던 부동산시장이 잠잠해지면 대출을 받아 막판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장금리 왜 오르나=국내 국고채(3년짜리) 금리는 이달 초 연 3.98%에서 30일 현재 4.51%로, CD(91일짜리) 금리는 3.88%에서 4.04%로 올랐다.

다른 나라의 금리 흐름도 비슷하다. 지난 6월 연 3.1%선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짜리 유통금리는 지난 29일 현재 4.3%선으로 올라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주요국의 경기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게 되는데, 이는 곧 자금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로 돈의 값인 금리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아직 우리 경제는 뚜렷이 좋아지는 징후가 없지만, 결국 시차를 두고 세계 경제의 회복 흐름에 편승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국내 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成팀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더 내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언제 올릴지 지켜보는 쪽으로 관심 포인트가 달라졌다"며 "이는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의 박재하 거시금융팀장은 "최근 국내 국채와 미국 국채 금리가 맞붙어 거의 똑같이 움직이는데 주목한다"면서 "국내 실세 금리도 바닥을 찍고 상승추세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채권 수급 상황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10월 중 국채발행 물량은 5조3천억원어치로 전달의 배 규모고, 환율안정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도 6조원 이상 대기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월평균 1조원을 밑돌던 회사채 발행 물량은 이달 들어 2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세 금리의 상승에 대비해 자금을 앞당겨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 같지는 않다. 동양증권 김병철 금융상품운용팀장은 "내년에 국내 경기가 좋아진다 해도 경제 성장률은 4%대에 그칠 전망"이라며 내년 국고채 금리는 연 5%대, 회사채 금리는 연 6~7%대로 지금보다 각각 1~2%포인트 오르는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금리 인상은 언제=시장의 관심은 역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시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정책금리인 콜금리가 오르면 시장 실세금리들은 탄력을 받아 더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책금리도 미국쪽 영향을 적잖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 FRB는 지난 28일 연방기금 금리를 동결하면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 김종만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사정이 여전히 좋지않고 인플레 조짐도 없다"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 들어서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9일 "국내 경기회복이 뚜렷해져야 콜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리인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연구원 박재하 팀장은 "한국과 미국 모두 과잉 유동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 중 전격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금리 상승기의 투자 요령=채권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곧 채권값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채권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다.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언제든 보다 높은 금리의 채권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단기로 굴려야 한다. 예금도 마찬가지다. 대출 금리가 꾸준히 올라갈 것을 감안할 때 돈을 빌려 부동산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부동산과 채권 시장이 부진해지면서 주식투자는 상대적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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