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가을 꽃게 고를 땐, 짝짓기 앞두고 살 오른 수게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9:30

업데이트 2021.09.24 14:28

꽃게를 먹을 때는 언제나 진지하다. 딱딱한 껍질을 자르고 그 속에 든 살을 깨끗이 발라 먹으려면, 의도하지 않아도 진지해지고 만다. 특히 다리는 몸통보다 난이도가 높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인데, 그때 ‘이 다리’를 만나면 어쩐지 김새는 기분이 든다. 열심히 발라먹을 살이 없어서다. 그나저나 이 다리는 왜 이렇게 둥글납작한 걸까. 대체 어떤 쓰임새가 있는 걸까.

꽃게의 다섯 번째 다리는 헤엄을 치는데 사용하는 유영각이다. 중앙포토

꽃게의 다섯 번째 다리는 헤엄을 치는데 사용하는 유영각이다. 중앙포토

힌트는 꽃게의 영어 이름에 있었다.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 또는 블루 크랩(Blue crab)’이다. 그렇게 궁금해했던 ‘이 다리’는 꽃게의 다섯 번째 다리로, 헤엄을 치는데 사용하는 유영각이다. 꽃겟과에 속하는 게의 특징이라고 한다. 헤엄을 치면 얼마나 칠까 싶어 영상을 찾아봤다. 몸통을 눕힌 꽃게가 양쪽 유영각을 위로 세워 좌우로 흔들며 물 위에서 아래로 헤엄쳐 내려온다. 착지할 무렵 몸을 일으키는데, 유영하는 동안 접어둔 나머지 다리를 하나둘 펼쳐 옆으로 걷기 시작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참 신기하다. 갑자기 궁금증이 폭증해 갑각류를 연구해온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조정부의 김정년 박사에게 꽃게가 헤엄치게 된 이유를 물어봤다. 김정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꽃게의 유영은 산란하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회유’”라고 한다. 헤엄치게 된 진화학적 이유를 정확히 알 순 없으나, 그로 인한 장점은 확실하다. 일단 포식자를 피하기 쉽다. 다른 게들이 땅에 구멍을 파거나 바위 밑으로 숨기밖에 할 수 없는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빨리 이동해서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있고, 먹이를 찾는 활동 범위도 넓다.

그렇다면 속도는 얼마나 될까. 김 박사는 “유영 속도에 관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있지만, 역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대신 하루 이동 거리를 계산한 적이 있다”면서 “연구소에서 태그를 단 꽃게를 방류한 다음 며칠 후 다시 잡아 이동 거리를 계산해본 결과, 하루에 최소 40㎞를 이동하더라”고 답했다. 아마도 직선 이동은 안 할 것이고, 온전히 자력으로 이동하기보다 조류를 따라 헤엄치는 최소 거리라는 점이 전제다. 사리(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 때) 물때에 꽃게가 잘 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내친김에 수게에 관해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을 꽃게의 주인공은 수컷이니까 말이다. 수컷은 여름부터 몸집을 키우며 성장한다. 알다시피 갑각류는 딱딱한 외골격으로 둘러싸여 있다. 갑각류인 꽃게는 점차적인 성장을 하는 대신 껍데기를 벗어(탈피) 성장하는데, 이를 계단식 성장이라고 한다.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게로서는 목숨을 건 일이다. 탈피한 직후에는 갑각이 물렁하다. 갑각이 다시 단단해지기 전인 ‘물렁게’ 상태라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쉽다.

위험에 처한 꽃게는 자기 다리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끊어버린 부위가 생존에 꼭 필요하면 다시 탈피해야 한다. 당연히 영양도 많이 필요하다. 영양이 결핍되면 기형이 되기도 한다. 기형은 곧 죽음을 뜻한다. 어떤 게는 탈피한 자기 껍데기를 먹거나, 물렁게가 된 옆의 게나 어린 새끼를 먹기도 한다. 동족 공식(共食)하는 습성 때문에, 꽃게는 양식이 어렵다.

어쨌든, 수컷은 목숨 건 탈피를 하며 여름부터 몸을 키운다. 여름은 꽃게 금어기다. 6월 21일~8월 20일(서해5도 일부 해역은 7월 1일~8월 31일이 금어기)인데, 암컷의 산란(이때 산란하는 알은 그 전해부터 품어 성숙한 것이다)을 보호하기 위해 정했다. 수게 역시 금어기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살을 찌운다. 10월 즈음 짝짓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짝짓기를 앞두고 열심히 살을 찌워서 ‘제철’인 셈이다.

가을 꽃게는 9~11월까지 맛볼 수 있다. 중앙포토.

가을 꽃게는 9~11월까지 맛볼 수 있다. 중앙포토.

가을 꽃게 어기는 9월~11월이다. 이때를 지나면 꽃게는 월동에 들어간다. 월동에 들어가기 전까지 꽃게는 계속 살을 찌워 나간다. 당연히 금어기가 막 풀렸을 때보다 달이 지날수록 살이 많아진다. 유생 때 탈피를 자주 하던 꽃게는 2년생부터 일 년에 한 번 탈피하는데, 따라서 2년생은 몸집이 더 크고 껍질도 단단하며 살도 가득 찬다고 한다. 수산물 정보 커뮤니티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는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작가는 “이런 게를 ‘묵은 게’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묵은 게는 백색 껍질이 누렇게 돼 황백색이 되고 털도 나 있다. 보통 1년생 꽃게 3~4마리가 1㎏인데, 묵은 게 한 마리는 1㎏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맛은 어떻냐면, 당연히 클수록 살이 꽉꽉 차서 맛이 좋다고 한다. 김정년 박사의 설명은 이렇다. “대게 중에 속이 꽉 찬 것을 박달게라고 부른다. 암컷은 산란을 위해 계속 탈피를 해야 하지만, 더는 몸집을 키울 필요가 없는 수컷은 먹은 대로 몸 안에 영양이 쌓여 살이 꽉 차고 집게발이 부풀어 있다. 이런 게를 두고 최종탈피를 마친 게라고 한다. 손으로 들면 묵직하다. 꽃게 역시 마찬가지다. 껍질에 이물질이 많이 붙고 집게발이 유난히 커지는데, 단지 꽃게는 그렇게 되기 전에 많이 잡힌다.”

김지민 작가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서해는 꽃게 조업이 가장 활발하고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다. 꽃게가 1년생 이상으로 클 때까지 두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꽃게의 수명은 3년인데, 우리 밥상에 오르는 꽃게는 주로 1년생이다. 서해와 달리 고흥, 여수 앞바다 같은 서남해에서는 묵은 게가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런 묵은 게는 해산물 소비가 많은 일본으로 대부분 수출된다.

여담이지만 크기가 크고 살이 많은 특등급 수산물이 주로 수출되는 것은 비단 꽃게만의 일은 아니라고 한다. 김지민 작가는 “예를 들면 병어와 부세 조기는 중국이 좋아하고, 학꽁치나 전갱이는 일본이 선호한다. 아무래도 제값을 쳐주니, 어민들 입장으로는 수출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수출이 아니면 어민들이 직접 소비하거나, 알음알음 사고파는 정도다. 요즘은 그나마 많이 잡히지도 않지만, 국내에서 묵은 게를 보기가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1년생 꽃게를 먹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꽃게는 갑장(입에서 갑각 아래까지의 세로 길이)이 6.4㎝ 이상으로 자라면 산란이 가능하다. 반대로 6.4㎝ 이하는 포획금지체장이다. 때를 불문하고 포획할 수 없다. 김정년 박사는 “개체를 보호하면서 먹기 위함인데, 결국 한 번이라도 성숙에 참여해 새끼를 놓을 수 있는 크기로 자라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민 작가 역시 “꽃게는 번식력이 좋다. 1년만 관리해도 잘 성장해서 식탁에 오른다. 7~8년은 커야 알을 낳는 대게와 다른 점이다. 중국의 불법 어선 조업을 단속하고 금어기만 잘 지켜도 씨가 마를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묵은 게를 먹을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1년생 꽃게도 제철에 신선한 것을 고른다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신선한 것의 조건은 살아있는 꽃게다. 그런데 살아있다고 모두 싱싱한 건 또 아니다. 김지민 작가는 “일단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하게 무거워야 하고, 배딱지를 눌렀을 때 껍질이 단단하며 색은 하얗고 윤기 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반면 색이 거뭇하거나 불그스름한 것, 투명한 것은 좋지 않다. 만약 넓적다리가 투명해서 속이 붉게 비치면 탈피한 지 얼마 안 돼 살이 덜 여물었다는 뜻이다. 투명한 껍질은 시간이 지나야 단단하고 하얗게 된다. 또 살이 꽉 찰수록 다리 껍질도 하얗다.

 갑각류는 움직임이 많으수록 자가소비를 하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 사진 pixabay.

갑각류는 움직임이 많으수록 자가소비를 하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 사진 pixabay.

갑작스럽지만, 문제를 하나 내볼까 한다. 사실 김지민 작가가 던진 문제인데, 독자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내보려 한다. 크기가 같고 무게도 똑같이 달아 놓은 꽃게 박스 두 개가 나란히 있다고 치자. 한 박스는 3만5000원짜리고, 그 옆은 4만5000원짜리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걸 가져가겠는가.

김지민 작가는 “저라면 비싼 걸 산다”며 “꽃게 요리에는 팁이 없다. 무조건 원물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오늘 새벽에 잡혔기 때문이다. 갑각류는 움직임이 많을수록 자가소비를 한다. 에너지를 쓴다는 뜻인데, 에너지를 쓸수록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진다. 하루만 지나도 재고가 되는 것은 대게, 킹크랩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만간 꽃게를 먹을 예정이라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두자. ‘하루 먼저 잡힌 게가 먼저 살이 빠진다.’

못다 한 꽃게 이야기
① 단맛과 감칠맛이 터지는 꽃게 요리

게는 종류마다 맛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단맛과 감칠맛이 좋다는 것이다. 갑각류가 다양한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보유한 덕이다. 아미노산의 맛 역시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으로 나뉘는데, 각 맛을 대표하는 아미노산이 따로 있다. 그중 꽃게에는 단맛이 나는 글리신과 감칠맛이 나는 글루탐산염이 많다.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라이신도 풍부하다. 또, 꽃게에 든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는 걸 억제하고 당뇨 예방에 도움을 준다.

꽃게를 요리할 때는 삶기보다 찌는 편이 좋다. 물에 삶으면 고유의 감칠맛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찔 때는 껍질째 익히는 게 풍미가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살 속에 든 맛 화합물이 밖으로 빠지는 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구워 먹는 것도 방법이다. 역시 감칠맛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강하고 살의 식감이 좋아진다. 탕이나 국으로 만들면 게살 자체의 맛은 떨어지지만, 국물에 감칠맛이 우러나서 국물맛이 좋아진다.

만약 탕 요리를 할 예정이라면 마트에서 파는 톱밥 꽃게도 무난하지만, 간장게장이나 찜 요리를 할 때는 무조건 당일에 잡힌 크고 살이 많은, 살아있는 꽃게를 고르는 게 좋다.

② 꽃게의 짝짓기

꽃게는 페로몬이라 부르는 화학물질을 수용하는, 짧은 수염처럼 생긴 신경들을 가지고 있다. 이 신경들이 움직이면서 화학물질을 분비해 짝을 찾아간다. 짝이 정해지면 수컷은 암컷이 탈피하길 기다린다. 암컷이 정포를 받을 수 있는 유연한 몸(물렁게)이 되면 짝짓기를 한다.

사실 갯벌에 사는 농게가 자기 몸만 한 집게발을 흔들며 구애춤을 춘다는 뉴스를 보고 꽃게의 구애춤을 은근 기대했는데, 꽃게는 춤 같은 건 추진 않는 모양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김정년 박사는 “갯벌에 사는 농게와 달리 바닷속의 꽃게를 정확히 관찰하기란 어렵다. 아마도 물속에 있어서 시각적인 구애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서해는 물이 흐려서 구애춤을 춰도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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