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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는 진행 중…생존자·수습대원 암 발생률 1000% 증가

중앙일보

입력

전직 FBI 특수요원으로 9/11테러 참사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로런 슐러가 폭스5와 인터뷰하고 있다. [폭스5 뉴스 캡처]

전직 FBI 특수요원으로 9/11테러 참사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로런 슐러가 폭스5와 인터뷰하고 있다. [폭스5 뉴스 캡처]

9·11 테러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희생자를 낳고 있다. 당시 사고 수습을 위해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던 소방대원과 수사관들이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11일(현지시간) 미 폭스5는 당시 9·11 테러 현장을 수습했던 전직 FBI 요원들의 암 투병 사연을 보도했다.

“수습 몰두하느라…대원들, 자신 안전은 뒷전”  

이에 따르면 전직 FBI 요원인 로런 슐러는 9·11 사태 이후 15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6년 건강검진 에서 췌장염과 신부전 진단을 받으면서다. 1년 뒤에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진단까지 받았다.

슐러는 펜타곤 테러 직후 현장에서 희생자들의 개인 소지품 회수와 증거품 찾는 작업을 했다. 당시 슐러를 포함해 동료들은 처참하게 무너진 잔해 속에서 증거를 찾는 데만 몰두했다고 한다.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푸른빛이 쏘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푸른빛이 쏘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고 초반에는 티셔츠에 병원용 마스크, 고무장갑 등 최소한의 보호 장비만으로 현장을 누볐다. 당시 수색 대원들의 안전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이 나왔지만, 정작 현장 대원들은 모두가 말을 아꼈다고 한다. 워낙 상황이 시급해서 자신들의 안전은 뒷전이 됐다는 얘기다. 추후 라텍스 장갑, 의료용 마스크, 양말 등의 기부도 이어졌지만, 이미 슐러는 각종 유해 물질에 오염된 뒤였다.

그는 “땅이 물과 온갖 화학물질로 뒤덮여 있었다. 내 신발이 모두 젖었는데, 제트 연료, 화학 물질, 빌딩에서 나온 석면과 먼지, 사망자 유해 등 모든 것들이 내 피부에 닿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트 연료로 추정됐던 이 액체는 15년 뒤에서야 슐러의 몸에 암을 유발하며 그 정체를 드러났다. 슐러는 다발골수종이 테러 초기 대응팀 요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질병으로 확인됐다며 초기 대응팀 요원들의 희생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CDC “9·11 생존자·대응자의 암 발생률 7년 간 1000% 증가”

미국 FBI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공개된 펜타곤 테러 현장 수색 후 순직한 웨슬리 유. [미국 FBI 홈페이지 캡처]

미국 FBI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공개된 펜타곤 테러 현장 수색 후 순직한 웨슬리 유. [미국 FBI 홈페이지 캡처]

FBI에 따르면 9·11테러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목숨을 잃은 요원은 17명. 이 가운데는 한국계 FBI 특수 요원 웨슬리 유씨도 있다.

유씨는 1969년 3월 서울 출생으로 1996년 9월부터 FBI에서 근무했다. 사고 당일 유씨는 곧장 무너진 펜타곤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펜타곤 북쪽 주차장에서 기밀 자료와 증거물, 유해를 분리하는 작업을 맡았다. 인근 창고에서는 사고 순간을 설명할만한 증거품과 위험 물질도 수집했다.

현장은 악취와 매연으로 가득했고, 밀폐된 창고는 환기도 되지 않았다. 그곳에서 유씨가 흡입한 독성 물질은 소리 없이 그의 건강을 갉아먹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유씨는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그는 10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지난 2015년 10월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CNBC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당시 현장에서 나온 유해 물질들이 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최신 보고서에서는 유씨와 슐러 같은 희생자가 지난 8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국립 9·11 기념관 및 박물관에서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사람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 국립 9·11 기념관 및 박물관에서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사람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11테러 생존자와 대응자를 위해 연방 차원에서 운영하는 복지 서비스 ‘월드트레이드 센터 헬스 프로그램’에 따르면 가입자 10만4223명 가운데 58%가 9·11테러 후유증으로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됐다.

이 가운데 암 환자는 2013년 1870건에서 2020년 2만612건으로 1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백인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 갑상샘암, 피부암이 상당수였다. 암을 제외한 질병도 2012년 2만8126건에서 2020년 5만611건으로 8년 사이 80% 이상 급증했다. 연구진은 “비록 자연상태에서의 암 발병률과 비교하지는 않았지만, 인구통계학에 근거할 때 이들의 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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