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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설' 알카에다 수장 9·11 맞춰 등장…"적 지치게 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11 테러를 주도했던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12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9·11 테러 20주년 전날 알자와히리의 새 영상을 공개했다.

알카에다 영상에 등장한 알자와히리. [리타 카츠 SITE 대표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알카에다 영상에 등장한 알자와히리. [리타 카츠 SITE 대표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된 뒤 2011년 새 수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간 건강이상설, 사망설 등이 지속적으로 나돌았다.

이날 공개된 60분 분량의 영상에서 그는 흰옷에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리고는 여러 주제를 다루며 알카에다 대원들의 행동 지침을 설파했다.

특히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20년 전쟁 끝에  부서지고 산산조각이 나서 아프간을 떠났다”면서 “적을 경제·군사적 문제로 지치게 해 힘을 소진시켜라”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대내적으로는 미국을 상대로 한 지구전을 지시하고, 대외적으로는 조직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영상의 촬영 날짜가 확인되지 않은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알카에다 선전매체가 공개한 시리아 북서부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조직원의 모습. [AP=연합뉴스]

알카에다 선전매체가 공개한 시리아 북서부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조직원의 모습. [AP=연합뉴스]

테러감시단체 ‘SITE(시테) 인텔리전스 그룹’은 알자와히리가 연설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했다.

리타 카츠 시테 대표는 “미군 철군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 약속은 지난해 도하 협정에서 정해진 것으로 오래전에 말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지난 1월 1일 시리아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 조직인 후라스 알 딘이 러시아 군 기지를 급습한 것을 언급했다고 했다. 이 점을 미뤄볼 때 영상 촬영일이 “1월 또는 그 이후의 어느 시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알자와히리가 1월 이후 시점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도 “영상이 최근의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며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다만 “알자와히리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몇 년마다 다시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카에다는 1996~2001년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 시절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힘을 키웠다. 탈레반은 9·11테러 당시 알카에다를 비호했다가 미국의 공격으로 붕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하며 알카에다도 다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테는 알카에다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9·11이 알카에다를 살아있게 한 인공호흡기가 됐다”는 조롱도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9일 아프간에서 알카에다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허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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