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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방독면 등장…"국경 침입자 다 쏴" 北코로나 노이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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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 등장한 비상방역종대의 모습. [노동신문=뉴스1]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 등장한 비상방역종대의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미 당국과 인권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가 입수한 지난해 10월에 작성된 북한 당국의 문건에는 국경에 접근하는 침입자는 물론 동물까지도 경고 없이 사격하라는 명령이 담겨 있다.

북한의 극단적인 봉쇄정책은 북한 내 식량과 의약품의 심각한 부족을 가져왔고, 외교관·구호요원·기업인 등 외국인들의 탈출을 촉발했다. 심지어 탈북자 수도 급감했다. 올해 2분기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단 두 명뿐인데, 이는 18년 만에 가장 낮은 분기별 수지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를 '전염병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월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북한은 아직 코로나19 환자가 없다며 청정국임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어두운 나라지만, 최근 더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제와 함께 코로나 문제를 그들은 정말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것은 그들에게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봉쇄 이전에는 일부 서방 언론인들이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고 AP통신도 평양에 지국을 운영했지만, 현재 대부분 언론인은 북한을 떠나거나 입국이 차단된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평양 주재 외교 공관도 대부분 외교 인력을 철수시켰는데, 외교관이 남아있는 국가는 중국, 시리아, 쿠바 등으로 손에 꼽힐 정도다.

WP는 북한의 이런 가혹한 조치가 미국의 정책입안자가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내부의 압력이나 동향에 대한 점들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통찰력을 잃게 했다고 평가했다.

수전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WP에 "직접 관여할 기회 없이 괜찮은 정책 옵션을 마련하는 것은 어둠 속에서 더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전문가들이 민심에 대한 미묘한 단서를 포착해 낼 길이 사라졌다"며 "이는 정보에 입각한 대북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TV에서 방송된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서는 오렌지색코로나19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행진하는 '비상방역 종대'의 모습이 공개됐다.

WP는 이 영상이 북한 정권 아래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삶에 대한 정보와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조선중앙통신이 열병식에 등장한 비상방역종대와 보건성종대를 소개한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이 코로나19를 국가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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