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병식, ICBM 대신 트랙터 등장…“내부 결속 위기감 반영”

중앙일보

입력 2021.09.10 00:02

업데이트 2021.09.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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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을 맞아 9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국의 민방위 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 격인 사회안전무력의 열병식을 진행했다. 좌우에 화동을 대동하고 열병식을 참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을 맞아 9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국의 민방위 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 격인 사회안전무력의 열병식을 진행했다. 좌우에 화동을 대동하고 열병식을 참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 수립 73주년(9·9절)을 맞아 9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0월, 올해 1월에 이어 채 1년도 안 돼 세 번이나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해 군인뿐 아니라 주민의 국가 수호 의지를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에 참석한 사진도 공개됐다. 이날 김 위원장의 얼굴은 선분홍빛이 돌았다. 회색 정복의 바지 밑단이 펄럭일 정도로 품이 넉넉했다.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한 그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징후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청년절 경축행사 사진에서도 혈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방사포 등을 실은 트랙터들. [연합뉴스]

방사포 등을 실은 트랙터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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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서 연설하지 않았고, 대신 이일환 당 중앙위 비서가 연단에 섰다. 앞서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했다. 열병식 사열은 이례적으로 군 간부가 아닌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았다. 지난 1월까지 군 서열 1위로 열병식을 주도하던 이병철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석단에 오른 인사들은 물론 운집한 군중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고 명명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명칭을 사용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열병식에는 정규군이 아니라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한국의 민방위), 각 사업소 및 단위별 종대와 사회안전무력(한국의 경찰) 인원이 참가했다.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오토바이와 방사포 등을 실은 트랙터로 구성된 기계화종대와 군견 수색종대가 등장했고, 주황색 방독면을 쓴 코로나19 비상방역종대와 보건종대 행진이 눈길을 끌었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생산한 소방차도 등장했다.

방독면과 주황색 보호장구를 착용한 북한의 코로나19 비상방역종대. [연합뉴스]

방독면과 주황색 보호장구를 착용한 북한의 코로나19 비상방역종대. [연합뉴스]

이날 열병식은 9일 0시에 시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밝혔다. 끝난 시간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오후 조선중앙TV는 1시간45분 분량의 녹화중계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은 방영된 녹화 영상만 2시간16분 분량이었다.

북한이 정권 수립 73주년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보통 5주년·10주년 등 ‘꺾어지는 해’인 정주년에 열병식을 하곤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열병식을 빈번하게 개최하는 동향이 있다”며 “내부 체제를 결속하는 동시에 대외 메시지를 보내는 창구로 활용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과거부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군의 규율을 사회로 투영시키는 노력을 해 왔다”며 “그 정도로 북한이 내부 질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각각 축전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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