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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미국에 한방 먹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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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와 영화.책으로 미국의 환부를 고발하는 감독 마이클 무어의 대표작 두 편이 출시됐다. 본편 못지 않게 부록도 도발적이어서 속이 시원하다. 무어는 자신의 작품이 수업 교재로 쓰이길 원한다며 특히 교사들에게 홈페이지( www.michaelmoore.com)를 방문해 달라고 강력하게 권고한다.

◇ 로저와 나(Roger & Me)

무어의 이름을 널리 알린 1989년 작이다. 제너럴 모터스사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태어난 무어는 가족과 친척이 모두 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며 성장했다. 그런데 어느날 엄청난 수익을 올리던 회사가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로 이주한다. 이 때문에 3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은 유령 도시로 변한다. 무어는 GM사 회장 로저 스미스를 만나 플린트의 현실을 둘러보라고 권하기 위해 무려 3년을 찾아다닌다. 제작 후원자 명단 위로 GM 자동차 광고에 쓰였던 팻 분의 노래 '미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네(I am proud to be an American)'이 흐르면서 그의 실패한 여정은 끝이 난다.

공장 폐쇄 전후를 취재하고 숱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 빈자가 되는 20세기의 마지막'을 기록한 무어 감독. 그는 코멘터리에서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행적, 30분짜리 속편, 현재의 플린트 소식 등을 전한다.

◇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미국의 자유로운 총기 소지 제도와 이로 인한 잦은 총기 사고에 문제를 제기한 다큐멘터리. 2003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으로, 무어는 시상식장에서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일갈했다. 디스크 2장에 부록 12개가 담겨 있는데 무어의 도발적인 인터뷰와 연설이 주를 이룬다.

덴버 대학에서는 백악관을 억지로 점령한 부시를 성토하며 부시를 제거하자고 선동한다. HBO 채널에 출연해서는 "이 시대 미국에서 부조리에 괴롭힘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나. 미국 시민을 보호해야 할 FBI가 르윈스키 꽁무니나 쫓아다니느라 9.11 사건이 터지는 것도 몰랐다"고 말한다. 더 찰리 로즈 쇼에 출연해서는 "13세 때,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소식에 환호하는 기독교인을 보고 놀랐다. 더 나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계속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얘기한다. 이 밖에 칸.런던.토론토 영화제 수상 연설과 인터뷰, 마릴린 맨슨의 뮤직 비디오 '파이트 송(Fight Song)', 무어를 돕는 스태프의 코멘터리가 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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