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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참패에 한때 하차설도…이낙연측 "더는 호시우행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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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과의 간담회에 참석,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과의 간담회에 참석,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충남·북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크게 진 이낙연 전 대표는 6일 예정된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렀다. 이 전 대표를 대신해 국방안보특위 지지 선언장에 나온 설훈 선거대책위원장은 “어제, 그제 전당대회를 하면서 나를 비롯해 캠프 모든 분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이 대표가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하는 것을 두고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전·충남(4일), 세종·충북(5일) 지역 개표를 합산한 결과 이 전 대표는 28.19%를 득표, 54.72%의 이 지사에 참패했다. 중립지대에 있는 4선의 우상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언론뿐 아니라 당내 전략통,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예측한 것보다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며 “12, 13%까지는 만회할 수 있는데 20% 넘는 차이가 초반부터 났다”고 말했다.

중원 2연패의 충격

이날 캠프 안팎은 종일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유일한 공개 일정인 전국금융산업노조 간담회에서 경선 전략 수정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하려 했던 대구·경북 발전 전략 발표는 자료 배포로 대체했다. 오후 대한의사협회 간담회·MBC 방송 인터뷰 등도 연달아 취소했다. 방송 녹화 1시간 전 일정을 취소한 캠프 측은 “부득이하게 당일 일정을 취소하게 된 점 MBC 측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하고 있다.김성태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하고 있다.김성태

이낙연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은 정태호 의원은 충청권 결과 발표 직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12일) 1차 ‘슈퍼 위크’ 선거인단 투표에서 10%포인트 이내로 (지지율을) 좁혀 잘 방어하면 역전 가능성이 있다”며 “아무래도 호남은 이낙연 후보의 출신 지역이고, 도지사를 했던 지역”이라고 말했다. 연고가 있는 후보가 없는 충청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그리 밝지 않다. T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3~4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8주 전 대비 광주·전라 지역에서 35.7%→18.6%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같은 기간 36.6%→40.6%로 상승세였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불투명해 이 상태로 그냥 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려는 것”이라면서 “더이상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의 눈빛으로 소처럼 나아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서 ‘네거티브 무용론’ 등 기존 전략의 전면 수정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표는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캠프 핵심 의원들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표는 “이렇게 되면 당 차원의 경선 흥행도 어려워진다” “‘이재명 리스크’가 본선에서 계속 안전하리란 보장이 있나” 등의 걱정을 주변에 꺼냈다고 한다. 매주 정례적으로 하던 캠프 ‘주간 브리핑’까지 순연되자 이날 당내에선 ‘이 전 대표가 경선을 조기 하차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잠시 추스르는 시간을 가진 뒤, 내일부터는 일정을 정상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는 추석 연휴 직후 치러지는 광주·전남(25일), 전북(26일) 지역 경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의 연고가 있는 호남은 전국 71만9847명인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중 28.28%(20만1532표)가 밀집한 최대 승부처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될 사람을 밀어온 호남의 전략 투표 성향을 고려하면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반전을 도모할 마지막 기회가 있다면 그게 호남 경선”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예비경선 때부터 비공개 일정 등 틈날 때마다 광주·전남·전북을 찾아 지역 지지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7월 8회, 8월 6회 등 매주 1~2회씩 호남에 내려갔다. 아내 김숙희 여사 역시 6월부터 10주간 호남지역 봉사활동을 펼치며 민심 다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충청권 순회경선 결과 이 전 대표(28.19%)와 정 전 총리(7.05%) 득표율 합이 이 지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정세균 캠프 관계자는 “정 전 총리 본인 입장에선 경선이 채 5%도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여길 것”이라며 “단일화로 얻을 수 있는 게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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