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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선제압…"캐스팅보트 충청은 '본선경쟁력'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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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주말 경선에서 이틀 연속 과반 득표로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대전·충남(4일), 세종·충북(5일) 순회경선 개표 합산 결과, 이 지사는 전체 투표자 3만8463명 중 2만1047표(54.72%)를 얻었다. 민주당 경선의 ‘풍향계’로 여겨지던 충청권에서 이 지사가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하면서, ‘이재명 과반’ 지속 여부가 민주당 경선의 관건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 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 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이재명, 연이틀 과반 득표로 중원 쟁탈전 압승

5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종·충북 경선 결과 이 지사는 1만 2899명 투표자 중 7035표(54.54%)를 얻었다. 전날 충남·대전(54. 81%) 경선에 이어 이틀 연속 과반 득표였다. 반면, 전날 27.41% 득표율에 그쳤던 이낙연 전 대표는 3834표(29.72%)를 얻어 이틀째 ‘득표율 3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틀간 충청권 순회경선 합산 결과, 3위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2711표·7.05%)였다. 뒤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619표·6.81%), 박용진 의원(911표·2.37%), 김두관 의원(334표·0.87%) 순이었다.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다크호스’ 3위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 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김성태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 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김성태 기자

당초 이번 경선은 민주당 전체 경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충청권이 역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데다, 첫 경선 결과가 다른 지역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대표도 이날 경선 인사말에서 충청권을 “대한민국 중심이자 선거풍향계”라고 소개했다.

특히 충청권은 1·2위 주자인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역적 기반인 경기도와 호남의 중간지대로도 관심을 받았다. 직접 연고가 없는 두 후보는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충청 표심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처음부터 캠프의 목표는 충청권 과반 득표였다. 첫 경선부터 대세론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남은 경선에서도 이번 결과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 쪽으로 쏠린 충청권 개표 결과를 두고, 당 일각에선 ‘명·낙 대전’으로 불리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한 중간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지사를 향해 ‘백제 발언’, ‘음주 전과’, ‘무료 변론 의혹’ 등 파상 공세를 펼쳐온 이 전 대표에 비해,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이 지사의 손을 충청권 당원들이 들어줬다는 해석이다. 양 캠프에 속하지 않은 한 충청권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역풍이 분 측면이 있다. 이 지사가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발 빠르게 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심이 곧 당심”…이재명 당내 입지에서도 ‘대세론’

이 지사 주변에선 “당원들은 본선경쟁력이 가장 큰 후보를 선택해줬다. 민심이 곧 당심”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 지사는 그간 당원들에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에 투표해달라”는 말을 줄곧 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여권 1위를 달리고 있고, 야권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였다.

실제 이번 충청권 경선에 참여한 총 투표자(3만8463명) 중 절대다수(3만7213명ㆍ96.75%)는 친문(親文) 지지자가 많은 권리당원이었다. 그간 비문(非文) 이미지로 인해 당내 ‘비주류’로 꼽히던 이 지사 입장에서 충청권 순회경선 결과가 고무적인 이유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정권 교체 응답이 더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원들이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일각에선 “충청권 표심을 보니 당원들이 예상보다 이른 경선 종료, 본선 체제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수도권 의원)는 해석도 나왔다.

이 지사는 앞서 이날 경선 연설에서도 “후보 선택 기준은 본선경쟁력, 확실히 이길 후보가 누구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지역에서, 전 연령대에서, 진보 중도 보수 모든 진영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후보는 바로 이재명이다. 본선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선 승리 후 기자들과 만나 “대전ㆍ충남에 이어 세종ㆍ충북까지 과반을 넘는 지지를 보내주셨다. 국민과 당원들이 제게 기대하시는 기대치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낙연 “호남 대역전극”…12일 64만명 국민 투표가 분수령

반면 추격 고삐를 죄던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결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틀 연속 두 배 격차의 패배를 확인한 이 전 대표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청권 경선인단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남은 일정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소감과 전략 수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라고만 짧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 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 열린 민주당 세종 충북 합동연설회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안방’ 호남에서의 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태어나고 자라 국회의원과 도지사(전남)를 지낸 호남은 민주당 대의원ㆍ권리당원 선거인단의 약 28%를 차지하는 핵심 승부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충청권 패배는 뼈아프지만, 전체 권리당원 수에 비하면 충청이 큰 비율은 아니다. 호남에서 역전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캠프 일각에선 “진짜 결단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네거티브고 뭐고 검증에 모든 걸 걸어야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초반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진 이상 “손에 쥔 모든 카드를 초반에 쏟아붓겠다”는 절치부심이다.

일단 경선 초반 판세는 64만명 국민선거인단이 참여하는 12일 ‘1차 슈퍼위크’에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지사가 대구·경북(11일), 강원(12일)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까지 잇따라 과반을 확보하면 ‘이재명 대세론’에 힘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지사가 11~12일 투표 결과에서 하락세를 그릴 경우, 추석 연휴 직후 열리는 광주·전남(25일), 전북(26일) 경선부터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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