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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승에서 멈춘 유희관, 100승이 멀고 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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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유희관(36)의 개인 통산 승수는 99승에서 멈춰있다. 100승으로 가는 길이 멀고도 멀다.

두산 투수 유희관. [연합뉴스]

두산 투수 유희관. [연합뉴스]

유희관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로 나왔다. 두 달 만의 선발 등판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역투했다. 6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은 5회까지 0-1로 지고 있었지만, 6회 말 김재환과 박건우의 연속 적시타로 2-1로 역전했다. 유희관의 승리투수 요건이 완성됐다. 유희관에게 마운드를 넘겨 받은 홍건희(1과 3분의 1이닝), 이현승(3분의 1이닝), 김강률(3분의 1이닝) 등이 무실점으로 막아주면서 유희관의 100승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9회 아웃카운트 한 개가 야속했다. 9회 초 2사까지 2-1로 앞서 있었기 때문에 100승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2사 주자 3루에 타석에 들어선 KIA 최원준이 두산 우완 불펜 김명신의 시속 141㎞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유희관의 100승을 좌절시키는 홈런이었다.

유희관은 지난 2013년 처음 10승을 올린 이후,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30㎞가 안 되는 유희관은 뛰어난 컨트롤로 KBO리그에서 정상급 투수가 됐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이제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서 매력적인 선발 자원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구위가 아니라서 불펜에서 활용도도 떨어졌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지만 그를 열렬히 원하는 팀은 없었다. 원 소속팀이 두산과 협상도 느리게 진행됐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난 2월에야 두산과 연봉 3억원, 인센티브 7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단 1년이었다.

올해도 건재함을 보여줘야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는데, 등판 기회가 자주 없었다. 지난 4월 개막한 이후 5개월 동안 10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1일 선발 등판은 지난 7월 2일 KIA전 이후 두 달 만이었다.

4월 한 달 4경기에 나왔지만 2패, 평균자책점 9.60으로 부진했다. 5월 2일 SSG전에서 5이닝 4실점(2자책점), 5월 9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2승을 올리면서 통산 99승을 기록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5월 21일 롯데전에서 6이닝 8실점, 5월 29일 삼성전에서 1이닝 5실점으로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6월 한 달 내내 유희관을 부르지 않았다. 지난 7월 2일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KIA전에 기용했지만 5와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자 미련없이 2군으로 보냈다. 두산이 5강 밖으로 밀려나 힘겨운 상황이라 유희관의 100승을 챙겨줄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유희관에게 구사일생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KBO리그 중단과 더불어 올림픽 휴식기, 우천 취소 등으로 후반기 일정이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더블헤더 경기가 많아지면서 유희관이 다시 선발투수 역할을 맡게 됐다.

김 감독은 "유희관의 1일 경기 내용이 좋으면 선발로 더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유희관의 투구 내용은 좋아서 선발로 몇 차례 더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희관의 100승 도전기는 다시 시작됐다. 유희관은 욕심은 더 크다. 지난 2월 FA 계약을 하면서 "통산 100승과 두산 프랜차이즈 최다승(장호연 109승) 기록도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1승을 넘어 10승까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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