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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게이트 위험 알렸는데…카불테러 두고 英·美 '네탓' 공방

중앙일보

입력 2021.09.01 14:19

업데이트 2021.09.01 14:32

지난달 26일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에서 발생한 IS-K의 자살폭탄테러로 인한 폭발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에서 발생한 IS-K의 자살폭탄테러로 인한 폭발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 국방부와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의 연합군 지휘관들이 지난달 26일 벌어진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 날짜와 장소를 미리 알고도 막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 국방부가 카불 현지로 테러 위험 장소를 폐쇄하라고 수차례 고지했지만 영국군과의 의견 차이로 폐쇄 시간을 연장했다는 내용으로, 카불 테러를 놓고 양국간 '네탓'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국, 테러 직전 '애비게이트 폐쇄' 당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카불 국제공항의 현장 지휘관 12명과 보안 화상회의를 열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이날 회의 관련 기밀 메모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대량 사살 사건이 임박했으니 대비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IS-K가 복잡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이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모이는 '애비 게이트'가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전달했다. 또 카불의 지휘관들에게 공항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테러가 일어난 당일인 26일 오전 12시 30분경 카불로 다시 전화를 걸어 애비 게이트를 폐쇄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하지만 애비 게이트는 계속 열린 상태였고, 이날 오후 6시경 이곳에서 IS-K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폭탄조끼를 폭발시켰다. 이 참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사망했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 영국측 대피행렬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카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전사한 미군 13명의 유해가 성조기로 덮여있다. 연합뉴스

카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전사한 미군 13명의 유해가 성조기로 덮여있다. 연합뉴스

폴리티코 "영국 철수 일정으로 게이트 열어둔 것" 

미 국방부의 여러 차례 당부에도 애비 게이트가 열려 있었던 이유에 대해 폴리티코는 "철수 일정을 앞당긴 영국군이 인근 배런 호텔에 있는 인원을 계속 대피시킬 수 있도록 해당 게이트를 더 길게 열어두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테러 위협에 대한 미국측 당부에도 영국군이 자국의 철수 일정만 내세우다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 최고 지도자 간 개별 통화 내용이 담긴 기밀 메모 3건을 입수했고, 2명의 국방부 관계자와 인터뷰한 내용 등을 기반으로 했다고 밝혔다.

IS-K의 자살테러 공격에 영국이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식의 폴리티코의 보도에 대해 영국 고위 정부 관계자들과 보수당 의원들은 "미국이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아무 도움이 안되는 비난 게임"이라면서 "전통적으로 강한 유대를 맺어온 양국 관계가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영국 "사실 아니다" "양국 유대관계 쇠퇴한 것"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폴리티코의 주장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애비 게이트를 열어두도록 밀어붙였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는 IS-K의 위협과 관련해 미국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폴리티코의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이어 "배런 호텔에 있던 직원을 공항으로 대피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애비 게이트를 계속 열어둘 필요는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영국의 외무부장관 도미닉 라브. 연합뉴스

영국의 외무부장관 도미닉 라브. 연합뉴스

가디언은 영국 국방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애비 게이트를 예상보다 오래 개방해뒀다면, 그건 '공동의 결정'일 뿐"이라며 "영국이 애비 게이트를 개방한 게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등 동맹국이 아프간 대피 작전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철군 시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예정된 일정을 고수해왔다. 미군 철수 전에 자국의 철군 작전을 완료해야 하는 동맹국들은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는 지난달 27일 철군 작전을 종료했고, 영국은 28일 철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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