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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카불 테러 다음날 “소수 민족의 숨겨진 위험 예방하라”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2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 5차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2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 5차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다음 날 “(소수) 민족 영역의 중대한 숨겨진 위험을 단호하게 예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7~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내린 지침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9일 보도에서 시 주석이 이 회의에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중앙민족공작회의는 지난 1992년 처음 소집된 이후 1999년, 2005년, 2014년에 이어 7년 만에 열렸다. 회의는 중국 55개 소수민족과 한족(漢族) 사이의 민족 정책을 다루는 최고 결정 기구다. 이번 회의는 지난 15일 미국의 아프간 철군과 탈레반의 재등장 등이 신장(新疆) 등 중국 내 소수 민족 자치구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교롭게도 회의 전날인 26일 무장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카불 공항 테러가 벌어졌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극단주의 유입을 경고했다. 그는 “민족 관련 이데올로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라”며 “민족 분열, 종교 극단 사상의 악영향을 계속해서 일소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국제 반(反)테러 협력을 강화하고, 중점 국가와 지역, 국제기구, 해외 소수민족 화교·화인 커뮤니티 등의 업무를 잘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중국의 최대 안보 현안이 외부 자극에 의한 민족 분열 임을 보여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27~2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 5차 중앙민족공작회의에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27~2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제 5차 중앙민족공작회의에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개별 민족주의 애국주의로 억눌러

민족 갈등으로 인한 내분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슈다. 중국엔 신장 독립 조직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달라이 라마 14세의 티베트 망명 정부 등 수 많은 민족 분열 문제가 잠복해 있다.

이날 회의에선 “국가 주권·안보·발전이익을 반드시 단호하게 수호하며 각 민족이 애국주의 전통을 계승 발양하고, 조국 통일, 국가 안보, 사회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인도하라”는 시 주석의 지침이 나왔다. 개별 민족주의를 애국주의로 억누르겠다는 방안이다.

카불 테러는 중국의 아프간 구상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이 모든 테러 조직과 결별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협력을 논의 중이다. 만일 탈레반이 테러 조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중국의 아프간 구상은 진전되기 어렵다. 게다가 카불 공항 테러는 시진핑 주석이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형식으로 아프간 해법을 처음 밝힌 다음 날 벌어졌다. 시 주석의 권위에 생채기를 냈다.

쑨더강(孫德剛) 상하이 푸단(復旦)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아프간 투자와 중국인 안전에서 커다란 위협에 직면했다”며 “아프간 정세의 악화는 중국이 향후 아프간 재건에 참여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쑤하오(蘇浩) 중국 외교학원 전략평화연구센터 주임 역시 “중국은 국제 분위기에 맞춰 탈레반 정권을 승인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첫 번째 국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탈레반 국가 승인이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프간 해법을 둘러싸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 시각차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의 독립 언론인 ‘홍콩01’은 28일 러시아 크렘린 궁이 통화 직후 “양국 정상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로 했다”며 “양국 외교부 사이의 소통과 밀접한 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SCO와 외교적 협력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 직후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가진 통화에서도 SCO 활용을 언급했다. 모스크바는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SCO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경쟁할 수 있는 조직으로 키우려는 반면 중국은 소극적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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