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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카불 공항 순시했나…불쑥 현장 찾은 美 ‘민폐’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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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공항에 탈출 인파가 몰렸다.[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공항에 탈출 인파가 몰렸다.[AFP=연합뉴스]

탈레반의 재집권 후 탈출 행렬이 몰리며 아수라장인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카불 공항에 미국 하원의원 2명이 사전 조율 없이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민주당 세스 물튼, 공화당 피터 마이어 하원의원은 이날 전세기로 카불 공항에 도착해 몇 시간 동안 머무르다 떠났다. 의원들이 갑작스럽게 방문하면서 국무부와 미군이 이들의 신변 보호와 정보 제공을 위해 별도의 인력을 편성하느라 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두 의원이 카불 공항을 빠져나가는 전세기의 좌석을 차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태우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두 의원은 이에 대해 빈 좌석이 있는 비행기를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행정부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비밀리에 방문했고, 현지 관계자의 위험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가 출발한 이후 방문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탈출에 나선 미국민과 현지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무시한 채 돌연 공항을 찾아간 두 의원을 놓고 '민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의 두 의원은 모두 군인 출신이다. 물튼 의원은 미 해병대 출신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했으며, 마이어 의원은 육군 전역 후 원조 제공을 위해 설치된 아프간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했다.

AP는 3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의원들의 공항 방문이 외교 공관이나 아프간 탈출을 지휘하는 군부와 조율 없이 이뤄져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 관계자들도 격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AP에 "의원들의 (카불 공항) 방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수천 명의 미국인과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 구출을 위해 분초를 다투는 공항의 미군에 방해가 됐다"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들의 방문이 공개되자 모든 하원의원에게 "국방부와 국무부가 아프간과 인근 지역을 방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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