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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빼꼼, 빛의 속도로 튀었다…쥐캥거루 100년만의 귀향[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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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현지시간) 호주 멸종위기종인 쥐캥거루(워일리) 40마리가 요크반도 남쪽 딜바 구란다-이네스 국립공원에서 자연에 돌려보내졌다. [WWF 페이스북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간) 호주 멸종위기종인 쥐캥거루(워일리) 40마리가 요크반도 남쪽 딜바 구란다-이네스 국립공원에서 자연에 돌려보내졌다. [WWF 페이스북 캡처]

#방사용 가방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쥐캥거루는 고향땅이 생소한 듯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사람이 가방을 더 벗겨내자 그제야 발을 뻗어 자연으로 폴짝폴짝,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갔다.

호주에서 가장 희귀한 유대류(有袋類)로 꼽히는 쥐캥거루(벳통·워일리)가 100년만에 고향땅인 호주 남부에 돌아왔다. 유대류는 캥거루처럼 육아낭에서 새끼를 키우는 동물이다.

25일 세계자연기금(WWF) 호주지부에 따르면 이틀 전 호주 요크반도 남쪽에 위치한 딜바 구란다-이네스 국립공원에 암컷 28마리, 수컷 12마리 등 총 40마리의 쥐캥거루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수잔 레이 호주 환경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100여년 전 야생의 포식자들에 의해 이 지역에서 멸종됐던 동물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쥐캥거루는 과거 호주 본토의 60% 이상 지역에 서식했지만, 야생고양이·여우 같은 포식자의 유입과 농업 등으로 서식지가 감소하며 개체 수가 급감했다. 결국 포식자를 피해 서호주 웨지섬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쥐캥거루를 멸종위기 적색단계인 '위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절멸' '야생 절멸'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단계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호주 멸종위기종인 쥐캥거루(워일리) 40마리가 요크반도 남쪽 딜바 구란다-이네스 국립공원에서 자연에 돌려보내졌다. [WWF 페이스북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간) 호주 멸종위기종인 쥐캥거루(워일리) 40마리가 요크반도 남쪽 딜바 구란다-이네스 국립공원에서 자연에 돌려보내졌다. [WWF 페이스북 캡처]

직원이 방사 가방을 열어주자 바깥 상황을 살피는 워일리. [WWF 홈페이지 캡처]

직원이 방사 가방을 열어주자 바깥 상황을 살피는 워일리. [WWF 홈페이지 캡처]

'자연정원사'란 별명을 가진 쥐캥거루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종식물 씨앗을 퍼트리고, 매년 2~6톤에 달하는 흙과 낙엽을 파내 토양의 질을 개선한다. 호주 정부는 이 때문에 멸종위기종 복원 프로젝트 첫 복원종으로 이 동물을 선택했다.

웨지섬에서 본토로의 이주를 도왔던 리버티 올드 박사는 "10년 넘게 공들인 끝에 본토의 숲으로 돌아간 쥐캥거루를 보게된 게 놀랍다"며 "우리는 쥐캥거루의 움직임을 관찰할 것이다. 새 보금자리에서 대대손손 번창하는 걸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사된 웨일리는 국립공원 내에서도 약 1500㎢ 규모의 공간에 울타리로 둘러싸인 채 관리된다.

데런 그로버 WWF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토종식물이 성장하기 위해선 토종동물이 필요하다. 이들을 복원하면 생태계가 재정립되고, 자연이 활성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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