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론스타 수사' 돌파구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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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7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온 뒤 서울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검찰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 및 체포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법원과의 '일전'도 불사했던 검찰로서는 어느 정도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이씨는 론스타 수사의 본류인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과 관련한 첫 구속자가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통해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어떻게 조작됐고, 이 과정에 어떤 관계자들이 개입됐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 수사는 2003년 매각 당시 감독.승인 기관이었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쪽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상당한 조사를 끝내 놓고 이씨와의 공모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이번 주말께 BIS 자기자본비율 조작과 관련해 이씨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영장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이헌재(62) 사단'의 역할에 대한 의혹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론스타 측의 개입과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혹의 핵심인 스티븐 리(37.미국 체류 중)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고 본사 이사들 또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 매각 배경 놓고 치열한 공방=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전 행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배경을 둘러싸고 이 전 행장 측과 검찰 사이에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검찰에서는 이례적으로 네 명의 대검 중수부 소속 검사가 신문에 참가했다. 검찰은 변호인 신문이 끝난 뒤 추가 신문을 하는 등 혐의 사실 입증에 심혈을 기울였다. 영장실질심사는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을 상대로 ▶매각 상황을 왜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매각을 왜 서둘렀는지 ▶왜 한 달 만에 태도를 바꿔 론스타 쪽으로 매각을 추진했는지 ▶왜 '지분 51%-10억 달러' 매각 조건을 유독 론스타에만 맞추려 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씨는 검찰 추궁에 대부분 "모르는 일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외환은행의) 상황이 굉장히 어려웠다"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측은 당시 외환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부분을 둘러싸고 가장 치열하게 맞섰다. 검찰은 "회계법인의 심사 내용을 바탕으로 실무진이 2003년 5월 행장에게 보고한 세 가지 안 가운데, 제1안이 부실자산을 가장 낮게 평가해 매각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무진에 왜 제1안을 빼라고 했느냐"고 다그쳤다. 이 전 행장은 "기억이 안 난다. 두 가지 안밖에는 올라오지 않았다"며 검찰의 추궁을 피했다.

◆ 7일이 영장 갈등 최대 고비=이날 영장을 발부한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7일에는 검찰이 재청구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 및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고문변호사 등 론스타 본사 임원의 체포영장 심리도 맡는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 초기인 5월 검찰이 유씨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당시 검찰은 유씨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부장판사는 "유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관련 자료도 모두 수사기관이 갖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가 적다"며 기각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한 영장 발부로 일단 수면 아래로 잦아들게 된 법원-검찰의 영장 갈등은 유회원씨와 론스타 경영진의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7일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문병주.민동기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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