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어떤 기준으로 영장 청구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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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검찰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법관 개인의 기준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건 국가정책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영장 발부 기준으로 명시되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5월 오성일 허드슨코리아 자산관리팀장(배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론스타 의혹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한 구속.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대부분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당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던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한 영장은 "자료가 이미 검찰.감사원 등에 압수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 기각됐다. 7월에는 박제용 한국투자공사 상무(알선수재)에 대한 영장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발부되지 않았다.

법원은 ▶소환조사에 잘 응했는지 ▶주거가 일정한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굳이 구속이나 체포 없이도 수사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 수사기획관은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면 이미 증거가 확보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하고,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다면 모든 영장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의자의 혐의가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큰지를 영장 발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선 판사들의 영장 기각 사유 분류'라는 초강수를 두고 나온 검찰의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영장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법원의 한 관계자는 "영장 발부 기준을 알아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함의 극치이며 이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문병주.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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