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장무 총장 '논술' 발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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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장무(사진) 총장의 '논술' 발언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총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논술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서울대 논술 문제에서 빼겠다"고 말했다. 6일 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게 나왔다.

◆ 대학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연구교수=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강남 등 주요 논술학원들의 문제를 스크린할 걸로 본다. 어느 학원에서 '이번에 어느 대학 입시의 논술 문제를 적중시켰다'고 하는 건 대학들에 부담이다. 논술 채점을 해 보면 사교육 훈련을 받은 티가 역력한 답안은 중간 이상의 점수를 받지 못한다. 논술 전체를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등으로 열거한 답안도 봤다. 좋은 논술은 내용이 거칠어도 자기 주장이 담겨 있는 글이다.

▶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솔직히 왜 대학이 강남 학원 문제를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서울대 이 총장의 발언은 '강남 학원들에서 아무리 사교육을 받아도 소용이 없는 문제를 내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 교사

▶김준식 대일외고 국어교사=반갑다. 의지가 있으면 된다. 사교육의 접근은 대학의 방대하고 심오한 학문 세계를 분석하고 쫓아갈 수 없다. 어림도 없다. 대학 교수들은 전공자이지만 강사들은 몇 개 전공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유명 대형 학원만 스크린하면 잘 걸러진다. 작은 곳에서 하는 것까지 다 볼 수 없지만 그런 학원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재운 현대고 연구부장=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도 함께 보조를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또 학생들이 학교를 신뢰하는 게 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 학부모

▶김혜영(46.잠실동.영파여고 2학년 어머니)=서울대 총장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아니냐. 학원에 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걱정이 더 커졌다. 하지만 서울대가 그 많은 논술학원 문제를 어떻게 검토할지 의문이 들었다. 평소에 책 많이 읽고 신문 사설 읽는 것만으로 좋은 논술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학에서 논술 지침을 제공하면 오히려 좋겠다.

▶이영남(46.서울고 2학년 어머니)=학교 수업에 더 충실하게 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의미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다니는 학원을 끊을 생각은 없다. 논술뿐 아니라 (대학 입시의) 배경지식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을 포기할 수가 없다.

◆ 학원가

▶손은진 메가스터디 본부장=사교육을 원흉으로 몰아가면 공교육의 문제가 해결되나.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하니까 사교육에 수요가 생기는 것인데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

▶학림학원 이수봉(33.논술강사 경력 4년)=취지는 좋지만 사교육을 못 받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공교육 안에서 논술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총장이 말한 취지는 좋지만 그 때문에 논술 사교육이 타격받진 않을 거다.

권근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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