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얻어 치밀한 사전계획/충격준 외삼촌 조카딸 살해(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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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실신시킨뒤 깨나자 다시 입막아/범행후 누나집들러 태연히 대화
서울 청답국교 3년 김희선군(9)유괴ㆍ살해사건(3일),수원유치원생 이완희군(5) 유괴ㆍ살해사건(9일)에 이어 이번에는 외삼촌이 조카를 유괴ㆍ살해한후 암매장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의 유괴사건이 돈을 뺏기위해 자신과는 무관한 남을 희생물로 택했던 것과는 달리 평소 귀여워했던 피붙이를 범행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범인 서일주씨는 조카 최숙자양을 유괴ㆍ살해한후 몸값을 받아낸다는 사전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여름휴가까지 받아 누나의 딸을 고향인 전북 정읍까지 데리고 가 두손으로 목을 졸라 실신시킨후 깨어나자 다시 코와 입을 막아 잔인하게 살해했다.
서씨는 최양살해후 증거를 없애기위해 최양 옷을 완전히 벗긴뒤 마항리에 거주하는 친형(30)집에서 가져온 삽으로 땅을 60㎝가량 파 암매장했다.
서씨는 또 최양 옷을 비닐봉지에 담아 다음날 오전 인근 동진강에 버리는 등 사전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범행을 수행(?)했다.
서씨는 범행 3일후인 9일 서울 을지로 P여관에 투숙,숙박부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해 알리바이를 입증시키려고 했고 누나인 서정옥씨(43)집에 들러 태연스레 얘기를 나누기까지 했다.
서씨는 또 검거된후에도 경찰에서 『변호사를 선임해달라』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싶으니 풀어달라』는 등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친누나인 정옥씨가 평소 돈밖에 모르고 형제ㆍ자매들에게 소홀히하는데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고 밝혔다.
『7년전 고입검정고시를 볼때 다른 수험생들은 부모들이 정성스레 만든 점심 도시락을 싸왔는데도 누나는 전혀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누나와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서씨가 폐결핵과 간염치료비로 누나에게 2백만원을 빌렸던 지난해 가을이후.
서씨는 누나의 심한 빚독촉에 앙심을 품다 결국 이 빚을 갚기위해 조카를 유괴ㆍ살해했다.
죽은 숙자양의 아버지 최영진씨는 해외노무자로 일해오던중 지난2월초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치료를 포기한채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고있다.
최양의 어머니 정옥씨는 평소 남편의 벌이가 시원치않자 1남1녀인 자녀들을 돌보기위해 5년전부터 파출부생활을 시작,현재는 모회사 부회장집에 파출부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 30만원으로 근근이 살림을 꾸려왔다.
숙자양의 오빠(20)도 선천성 저능아로 교육을 받지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어 최씨부부는 평소 숙자양에게 희망을 걸고 키워왔다는 것이다.<이규연ㆍ김호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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