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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수준 장애인 복지 개선 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얼마전 뉴튼과 아인슈타인의 대를 잇는 우주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내한했다.
시한부 인생에서 세기적 학자로 부활한 그의 성공담에서 우리는 몇가지 반성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의 성공은 교향곡을 머리 속에서 작곡해냈다는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보통사람은 직접 풀기도 힘든 수식을 몇 페이지씩이나 머리 속에서 풀어내는 기억력, 책상 위에다 과제를 늘어놓고 휠체어를 타고 차례차례 공부해나간 그의 피나는 노력에다 그의 능력을 살려낸 음성 번역기와 같은 고도의 과학기술의 어울림에 기인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를 버리지 않는 영국의 의식 수준과 복지 수준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선진국들의 장애인 복지는 우리 처지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 5월21일 미국 의회는 더 이상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장애인 복지법을 통과시켰다 (중앙일보 5월26일자 보도). 알콜·마약중독자, 심지어 에이즈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까지 포함, 4천3백만 장애인을 위한 이 법은 모든 공공시설에 장애인 시설설치 의무화, 버스 전면개조, 15명 이상 업체 장애인 고용 의무화, 장애인 의사 소통 서비스 등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이와 같은 장치를 우리 나라에 적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복지수준이 우리의 경제 수준에 부합하는가 자문하고싶다. 89년 기준으로 교육·보건·사회 후생 지출은 총 지출액 대비 5.76%에 불과하다. 선진국 수준 (22.51%)에는 태부족이고 개도국 (10.49%) 수준에도 못 미치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장애인 복지에 예산을 배정한 것은 80년 이후의 일이고, 시설 유지비·인건비를 빼면 장애 복지에 쓰는 예산은 미미할 뿐이다.
앞으로 정부는 복지에 관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복지에 쓰는 돈은 낭비가 아닌 큰 투자고, 특히 장애인 복지는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닌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편견으로 인해 눈에 띄지 않는 능력이라도 캐내 보석으로 가꾸어 낼 수 있는 정책을 펼 때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은 눈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이현준 <서울 동작구 대방동 377의2 18통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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