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 계기로 본 「북한 언론」|뉴스 전달보다 사상 주입 우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남북 총리 회담 취재를 위해 서울에 온 북한 언론인들은 남한의 취재 기자들에게 생소한 인상을 남겼다.
북측 기자들은 취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했고 남한 기자들의 격렬한 취재 경쟁을 못마땅히 여기기만 했다.
그들도 뒤늦게 취재에 나서는듯 했지만 우리처럼 속보를 위해 뛰기보다 학생 시위 등과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만 관심이 집중됐었다.
북한 언론인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북한 언론 특유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지도 원리>
사회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현실 전달」 보다는 혁명에 복무하는 「사상적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북한 언론도 주체 사상을 지도 원리의 일부로 한다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적 언론의 속성을 갖고 있다.
김일성 역시 『혁명 군대가 무기를 가져야만 싸울 수 있는 것처럼 혁명 조직은 출판물과 같은 예리하고 전투적·사상적 무기를 가져야만 대중을 승리에로 인도 할 수 있다』고 언론의 사상 무기적 성격을 강조했다.
사상적 무기로서의 언론이 가져야할 속성으로 북한의 정치사전은 ▲당성 ▲계급성 ▲인민성 ▲전투성을 들고 있다.
당성이란 당의 노선과 방침을 대중에게 해설하고 선전하는데 충실해야한다는 의미이며 특히 주체 사상의 등장 이후인 60년대 후반부터 모든 출판물들은 당의 사상을 고양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거의 고정됐다.
계급성은 언론이라는 수단을 통해 노동자 대중을 계급 의식으로 무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인민성 (대중성)은 언론이 당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주요한 수단으로서 당이 지시하는 혁명 과업의 실천을 위해 노동자 대중을 조직·동원하는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놈」 등 표현 격렬>
전투성이란 언론이 직설적이며 전투적인 표현을 사용, 대중의 흉금을 울려야한다는 의미다. 북한 뉴스 매체 전반에 『온갖 원수들과 비타협적으로 투쟁…』 『근로자들을 무장시켜…』라는 등의 격렬한 표현과 「놈」·「적」 등의 용어가 자주 출현하는 것도 이같은 원칙이 반영된 때문이다.
언론이 당의 사상적 도구인만큼 국가의 언론 지배도 확실하다.
신문·방송·통신 등 뉴스를 다루는 대부분의 매체는 최종적으로는 당선 전선 동부의 감독을, 실무적으로는 정무원의 감독을 받는다.
신문은 당선 동부 신문과와 정무원 산하 출판 총국 신문과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방송의 경우는 당선 동부의 최종 감독에 앞서 「조선 중앙 방송 위원회」의 주된 감시를 받는다.
각 방송국의 방송 내용은 이 위원회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
통신사는 중앙 통신 자체가 정무원 직속인만큼 국가에 의한 통제는 보다 직접적이다.
통제 수단으로는 ▲인쇄 시설·신문 용지 등에 의한 통제 ▲취재에 대한 통제 ▲인사 조치 및 처벌 ▲기사에 대한 간섭 등을 꼽을수 있다.

<취재 구조>
북한의 신문에서는 광고는 물론 교통 사고 및 살인·강도 등 사회의 각종 사건이나 정치·경제의 어두운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의 경우 신문 등 언론은 뉴스라기보다 당의 방침이 관철된 현장에 대한 목적성 르포기사들로 차 있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에 나서지만 정무원·노동당 등 국가 기관에 대한 접근은 제한되며 사건 등 사회 문제는 취재하지 못한다.
대개의 직접 취재는 당의 방침이 성공적으로 구현된 현장을 찾아 성공하게된 원인 등을 미담 형식으로 처리한다.
일반 언론의 경우 사회적 사건이나 국제 문제 같은 뉴스 등은 이들 사안에 대한 독점적 취재권을 갖고 있는 조선 중앙 통신사가 공급하는 뉴스를 일률적으로 전재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시사성 있는 뉴스의 경우 언론은 중앙 통신 제공 뉴스만을 싣도록 제도화돼 있는 것도 각 매체의 직접 취재 비중을 낮추는 요소다.
예를 들어 판문점에서 남북 관계 행사가 있을 경우 북한측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이 나오지만 뉴스 매체들은 「조선 중앙 통신」이 공급한 기사만을 일률적으로 싣는다.
이처럼 제한된 법주에서 이루어지는 취재도 월별·주별 계획에 의한 기획 취재 (주로 모범 사례) 및 해설 기사가 주종을 이루어 속보성은 거의 없다.
방송의 경우도 뉴스는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천편일률적이다.
기자 양성은 김일성 종합 대학의 신문학과와 기타 대학 어문학과 졸업생 중 문장력과 학과 성적을 고려, 학과장이 추천하면 당 중앙위 선전 선동부가 선정, 임명한다.
기자로 채용되면 신문의 경우에는 지방지에서 4∼5년 경험을 쌓은뒤 중앙으로 진출한다.

<신문>
북한 신문은 기능별 분화가 뚜렷하다. 우리처럼 종합 일간지적 성격을 갖는 신문으로는 로동 신문 정도가 꼽힌다.
「출판 보도 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 해설」에서는 『각각의 신문들은 총적 사명과 임무, 혁명적 성격에서 본질상 공통성을 갖지만 구체적 사명과 임무, 위치나 역할, 독자 대상에서 구별된다』고 강조하고 있어 신문의 기능별 분화를 촉진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는 기관지적 성격을 띠는데 로동신문은 당 기관지로서 당 방침을 주로 싣고 민주 조선·보건 신문 등은 정무원 기관지로서 정령을 싣는 등 행정 보조 역할을 하는 식이다.
농업 노동 동맹·직업 동맹·여성 동맹·사로청 등의 당 외곽 단체 등도 「로동자 신문」·「로동 청년」 등의 직능적 성격을 띤 기관지를 발행한다.

<일간지 모두 16종>
발행되는 신문을 종합하면 일간지 16종 등 모두 30여종의 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중앙지로는 로동신문·민주조선·평양신문·로동청년·농업근로자·새날 등이 있다.
발행 부수로는 로동신문이 1백만부, 민주 조선이 10만부 수준이고 나머지는 4만∼5만부 정도.

<방송>
현재 3개의 라디오 방송과 3개의 TV 방송이 있다.
라디오 방송으로는 조선 중앙 방송·평양 방송·평양 FM 방송이 있다.
조선 중앙 방송은 북한의 대표적 라디오 방송으로 하루 22시간을 방송한다. 내용은 뉴스가 21%, 교양이 50%로 뉴스와 교양물이 대종을 이룬다.
평양 방송은 대남 및 대외 방송을 주로 하며 뉴스가 주종을 이룬다.
이 방송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방송 대학 강좌, 김일성 방송 통신 대학 강좌 등도 두고 있다.
평양 FM 방송은 89년1월1일부터 송출을 시작한 것으로 북한 음악을 주로 방송한다. 이밖에 「구국의 소리」 방송도 있다.
TV방송은 조선 중앙 방송이 대표적 TV로 영화를 많이 방송 (31%)하며 뉴스·가극·스포츠의 순으로 비중이 높다.

<통신사>
북한 유일의 통신사로 조선 중앙 통신사가 있다.
48년10월 발족한 이 통신사는 북한에서는 뉴스미디어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띤 매체다. 정무원 직속이며 북한의 정치·외교·행정·경제 등에 관한 뉴스를 독점적으로 취재해 국내외 언론에 제공한다.
또 외신을 받아 북한내 언론사에 공급한다.
대부분의 언론들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영역을 유일하게 「취재」 할수 있고 중앙 통신의 보도는 수정없이 전재해야 하기 때문에 지위는 독점적으로 보장된다.
중앙 통신은 또 소련의 백색타스·적색타스, 신화사의 참고 소식 등과 같이 외국의 통신·방송·신문 등을 통해 입수된 정보를 담아 간부들에게만 배포하는 「참고 통신」도 만들어 배포한다. <안성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