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들만“샌드위치”/증시 강타한“반대매매회오리”(증시중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강제 정리땐 그냥 안둔다” 객장 분위기 살벌/지점장 한명 잠적… “사라지고 싶다”이구동성
깡통계좌등 담보부족계좌정리를 둘러싸고 증권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회사측에선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일선 직원들에게 악성구좌 정리를 계속 요구하고 있고,해당투자자들은 반대매매만 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증권사 일선점포 직원들은 말 그대로 울고 싶은 심정이다
17일 하룻동안 주가가 평균 4.12%나 빠지는등 계속되는 하락장세는 깡통계좌를 양산하면서 문제를 더욱 꼬여들게 하고 있다.
○…지난주초만 해도 증권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느라고 반대매매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했고 또 느닷없는 폭우로 증권사 객장은 썰렁했으나 이번주들어 외상주식 강제정리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항의하는 투자자들의 소동으로 객장은 살벌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폭력배까지 동원,지점장 및 구좌관리직원을 상대로 『내 주식을 처분만 하면 끝장을 내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반대 매매를 하면 일임매매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투자자와 회사 양측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증권사 일선직원들은 한결같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고 하소연. 실제로 부국증권 B지점의 경우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문제를 처리못해 지점장이 한달 가까이 잠적하고 있으며,동서ㆍ신한ㆍ대유증권 등에서도 깡통계좌를 둘러싼 회사 또는 투자자들과의 분쟁으로 현재 증권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고」는 앞으로 외상주식정리가 진행될수록,그리고 내달 10일 깡통계좌를 일괄 정리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증권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직원들은 대부분 친척이나 친지 등 평소 안면있는 사람들의 구좌를 관리해 오고 있었는데 이들의 구좌 역시 주가하락으로 상당수가 「깡통」으로 전락하자 이의 처리를 두고 특히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정리할 경우 원금을 건지기는 커녕 직원 자신이 손실을 물어내야 할 판인데 이같은 금전적인 문제외에도 평소 돈독하던 인간관계까지 금이 가게돼 심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이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증권사직원들은 요즘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깡통계좌에 물려 일부 여직원들은 결혼을 앞두고도 퇴직을 못하는등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