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여성 과학자들에게 듣는 '과학 속의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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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안여림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390쪽, 1만5000원

과학이 좋아 전공으로 과학을 택했고, 그렇게 택한 과학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하던 다섯 명의 여학생이 지난해 1월 길을 떠났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과학커뮤니케이션팀(팀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으로부터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 7명을 인터뷰하라'는 숙제를 받아서. 목적은 과학해서 과연 먹고 살 수 있을까, 과학하면서 남자들과 경쟁하려면 여성스러움과는 담을 쌓고 살아야 하나, 공부와 취직 중 어떤 길이 나은 걸까 등 평소 머릿 속을 떠나지 않던 의문을 푸는 것이었다.

이들이 '멘토(조언자)'로 삼은 사람들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 김유미 삼성 SDI 상무보, 김영기 시카고대 입자물리학과 교수, 노정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서은숙 메릴랜드대 천체물리학과 교수를 비롯해 가와이 마키 일본 도쿄대 교수, 뉴욕타임스의 과학전문기자이자 과학논픽션 작가인 지나 콜라타 등 학계와 업계 등에서 '유리 천장'을 뚫은 7명이다. 이들은 "포기하지 말고 세상을 믿어라""자신의 목표는 가슴이 안다"등 뼈저린 경험이 녹아 있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21개월이 흐른 뒤 여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과학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눈에 보이는 성공이나 지위 같은 게 아니라 자기 삶의 큰 줄기를 잡는 것임을 깨달았어요."(안은실, 포항공대 졸업, 한국3M 기술지원 담당)

"선택하기 전에 모든 조건을 알아보고 선택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게 아닌가, 오히려 잘 모르고 선택하기 때문에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윤미진, 포항공대 물리학과 졸업, 영국버밍엄대 단기유학 중)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줄달음치는 젊은이들에게 진지한 문제의식을 심어주는 흔치 않은 기획물이다. 예비과학자 다섯 명의 아마추어답지 않은 꼼꼼한 사전조사와 풋풋하고 진솔한 인터뷰에 공감할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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