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시설 확충의 방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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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사회간접 시설의 부족을 더이상 방치하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관계전문가들 사이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간접시설이 경제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때 간접비용의 증가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에게 불필요한 물적ㆍ시간적 낭비를 강요하며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등 경제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최근 교통개발연구원ㆍ국토개발연구원ㆍ해운산업연구원 등 정부 산하 3개 연구기관이 마련한 「국가발전과 교통투자정책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문제들이 집중 거론되어 사회간접 시설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간접시설 부문에 관한 주제를 놓고 국내 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세미나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보면 제조업에서 운수ㆍ보관ㆍ통신 부문이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75년의 1.6%에서 지금은 2%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고 사회간접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교통혼잡과 물류의 애로에서 오는 손실이 2001년까지 10년간 2백66조원에 달하리라는 분석결과가 들어 있다.
이같은 거시적 분석과 전망이 어느 정도 정확한 근거에 의해 마련되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전문가들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보고 느끼는 일들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수삼년간 전례에 없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미처 이 부문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어 투자가 미진했고 그 결과가 지금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게 됐다는 저간의 사정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몇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기존시설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교통문화의 부재,합리적 이용방법의 결여 등으로 기존시설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그대로 둔 채 신규투자만 늘리려 드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사회간접시설 투자가 수도권 인구분산,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교통체증의 문제는 경인ㆍ경수지역을 중심란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한 경남공업지대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수도권 인구분산을 강조해 왔으나 실제로는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구집중을 유발해왔으며 이제는 더이상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몰아왔다. 앞으로는 산업ㆍ교육ㆍ사회간접시설의 투자가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도록 각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조건을 갖춘다 해도 사회간접시설 투자에는 재정부담의 증가를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고 재정규모의 확대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의 팽창은 국민부담 증가는 물론 물가상승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간접시설 투자재원의 조달에서도 정부자체의 경영합리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민간부문의 참여기회를 늘리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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