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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9인조(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화목한 집안은 위기와 재난을 맞고서도 쉽게 일어선다. 위기와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결속력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강 둑 복구작업이 밤 새워 민관군합동작전으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비지 땀을 흘리며 돌과 흙을 나르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 어느때보다도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이제 한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침수지역의 물이 빠지면서 위급했던 한때를 희생과 용기로 대처했던 미담과 무용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특전사 소속 특수잠수요원 9인조의 생명을 건 뚝섬작전의 뒷이야기는 어느 격전장의 무용담보다도 흐뭇함을 안겨준다.
고양군쪽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아침,다시 뚝섬 펌프장부근 강둑이 새고 있다는 정보와 함께 인근 주민 20여만명이 대피했다.
긴급출동한 장낙승중령 지휘아래 9명의 잠수요원은 물깊이 8m,유속 5m의 격류속에 뛰어들었다. 1시간의 탐색끝에 뚫린 구멍을 찾아내고 신속한 수방작업으로 새던 물길은 잡혔다. 20만 시민의 재산과 목숨을 건진 전장아닌 전장이었으며 목숨을 건 사투였다.
특전사 요원들의 뚝섬작전이나 한강제방과 도로 교량보수작업에 나서고 있는 민관군합동작전을 보면서 우리가 새삼 느끼는 사실은,평화시 군인의 역할이 무엇이고 위기와 재난을 맞았을 때 민과 군의 협동이 어떤 모습으로 이뤄져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 3년,분열과 갈등 그리고 무분별한 대결로만 치달았던 우리 사회가 위기와 재난을 맞이했을 때는 새로운 응집력으로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다.
88올림픽이 지난 2년째,우리모두가 다시한번 확인하는 결속력과 잠재력이다.
비록 올림픽과 같은 축제가 아니라 물난리를 겪은 참담한 재앙이었지만 그 재앙속에서 빛나는 극복의 의지,강한 희생정신,뭉쳐지는 결속력으로 더 밝은 장래를 다지는 가능성을 찾게 된다.
그래서 화목한 집안은 위기와 재난을 넘기면서 더욱 번창하게 마련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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