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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 모바일 허브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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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싱가포르의 쇼핑 중심지인 오처드 로드 뒤편에 자리 잡은 싱텔 본사. 건물 2층에는 이 회사가 최근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6억1000만원)를 들여 단장한 '비즈니스 솔루션 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위성 방송 시스템 등 통신 장비와 함께 싱텔이 진출한 19개국 37개 사무소를 표시한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이 전광판은 아시아.태평양 각국을 향하는 싱텔의 '오늘'을 상징한다.

싱텔의 국내(싱가포르) 가입자는 162만 명(올 6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에선 30%대 초반의 점유율을 가진 스타허브.모바일원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 가입자(동남아시아.호주)는 9000만 명을 넘는다. 옵터스(호주) 등 싱텔이 주인이거나 지분을 투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신회사들이 확보한 휴대전화 고객들이다.

아태지역이 싱텔의 내수 시장인 셈이다. 이 회사의 림키안순 해외담당 이사는 "단말기 제조 업체들도 싱텔을 싱가포르에서만 휴대전화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며 "해외 고객 덕분에 단말기 회사와 구매 협상을 할 때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 좁은 내수 시장이 해외 진출 촉매제=역설적으로 인구 400만 명의 '좁은' 내수 시장이 싱텔을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게 했다. 여기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통신시장을 개방해왔고 통신 인프라를 개선하는 계획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인텔리전트 네이션 2015'라는 10개년 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싱가포르 정보통신청(IDA) 렁켕타이 부청장 겸 통신국장은 "싱텔은 통신 시장 개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키웠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며 "결과적으로 통신 시장 개방의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싱텔"이라고 평가했다. 싱텔은 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각국의 통신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해외 공략에 나섰다.

싱텔의 리셴양 최고경영자(CEO)는 99년 "싱텔의 목표는 글로벌 통신회사가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통신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싱텔은 99년 태국 AIS, 2000년 인도 바르티, 2001년 인도네시아 텔콤셀에 잇따라 투자했다. 2001년에는 영국의 보다폰과 인수 경쟁을 벌인 끝에 호주 2위 통신업체 옵터스를 통째로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 현재 싱텔 매출의 60% 이상이 호주 옵터스에서 나온다.

◆ 시장 수준에 맞게 3단계 해외 진출=싱텔이 투자한 지역은 다양하다. 싱가포르.호주 등 이동전화가 충분히 보급된 성숙 시장은 물론 필리핀.태국 등 중간 단계 지역, 인도.인도네시아 등 초기 단계 국가에도 진출했다. 차이분총 기업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장은 "투자처가 다양한 만큼 성숙 단계 시장에서 실용화된 앞선 서비스를 중간 단계 지역에 효과적으로 이전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텔은 해외 투자를 할 때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는다. 림키안순 이사는 "나라에 따라 정부 규제 수준이 다른 만큼 투자 가능한 범위에서 투자한다"며 "특히 최고경영인은 해당 국가의 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을 고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싱텔이 지분을 투자한 아시아.태평양 각지의 통신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6억1590만 싱가포르 달러(약 3757억원)에 달했다.

◆ 아태 지역 허브 통신사가 목표=싱텔은 아시아 각국의 파트너 회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리지 모바일'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여기엔 싱텔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통신업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맥시스, 대만 타이완텔레콤, 홍콩 CSL도 끌어들였다. 이를 통해 로밍 등 국경을 넘는 통신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싱텔은 또 옵터스를 인수하면서 함께 가져온 위성통신망과 광케이블망으로 아시아 지역의 기업 고객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싱텔의 지너 탄 마케팅담당 이사는 "우리는 싱가포르의 통신회사가 아닌 아시아 최고의 통신회사로 알려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 인텔리전트 네이션 2015(iN2015)=2015년까지 싱가포르 전체 가구와 기업의 90%가 초고속통신망을 사용하고, 전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추진되는 국가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정부와 통신업계는 2007년 9월까지 전국 어디서나 무선으로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이 사업을 통해 정보통신 분야 수출액을 지금보다 3배 늘어난 600억 싱가포르 달러(약 36조6000억원)로 늘리고, 8만 개 이상의 IT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싱가포르=김원배, 일본.중국=이원호, 미국=김창우, 영국=서경호 기자(이상 경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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