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들 '삐끗' 농구판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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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003~2004 시즌이 시작된 지 1주일도 채 되기 전에 선수들이 줄줄이 다쳐 각팀 전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간판급 선수들의 부상은 애초에 예상됐던 리그 판도에 변화를 줄 수도 있어 초반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멤버가 좋다던 KCC는 지난 25일 삼성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이상민이, 26일 TG전에서 전희철이 다쳤다. 이상민의 공백은 표명일.최민규가, 전희철의 공백은 정재근이 잘 막아냈지만 후보선수들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두 선수의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1주일 남짓이면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된서리를 맞은 팀은 SK다. 지난 시즌 득점왕 리온 트리밍햄이 어깨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초반 열세를 딛고 후반 맹추격, 3점차 승부로 끝난 28일 삼성전에서 트리밍햄은 키가 작은 국내선수의 수비조차 뚫지 못했다. SK 프런트의 장순일 팀장은 "저걸 못 뚫으면 리온이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코리아텐더의 추일승 감독도 안드레 페리 대신 영입한 모리스 스필러스의 발목 부상에 시름하고 있다. 전력이 약한 코리아텐더는 지난 시즌처럼 외국인 선수가 먼저 힘을 내고 여기에 국내선수들의 투지가 가세해야 특유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스필러스의 부상은 아비 스토리의 분전마저 빛바래게 만들었다.

삼성은 초반 3연승을 올리고 있지만 서장훈의 무릎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수술한 서장훈의 무릎에 이상이 오면 삼성의 행로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서장훈은 "현재 컨디션은 60% 정도다. 경기를 하면서도 무릎에 신경이 쓰이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부상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몇해째 누적된 부상이 심각해진 경우가 많다. 거친 플레이는 늘 부상을 부른다. 휴식과 치료가 필요한데도 스케줄에 쫓겨 성치 않은 몸으로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이상민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와 통일농구대회에 불려다니느라 쉴 틈이 없었다.

아픈 선수는 회복할 시간을 주고 숨을 돌려가며 달려야 하는데 구단은 성적에 목을 매고, 감독과 코치들은 1승1패에 밥줄이 오가는 처지라 선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이러니 선수가 스스로 돌보는 지혜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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