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사전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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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일 매각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조작된 것으로 결론 짓고 이강원(56.사진) 전 은행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수재 혐의가 적용됐으며, 구속 여부는 3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행장이었던 이씨는 부실자산을 과대평가하는 방법으로 BIS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외환은행 매각이 불가피한 것처럼 왜곡한 혐의다. 이후 이씨는 은행 이사회에 왜곡된 자료를 바탕으로 BIS 비율을 허위보고해 매각 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와 부실 평가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보다 낮은 6.16%로 산정됐다는 것이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당시 외환은행의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이씨가 적정한 매각가격을 받기 위한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외환은행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인테리어 용역업체와 차세대 뱅킹시스템 구축사업 업체에서 10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 유회원씨 등 영장 기각=서울중앙지법 민병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03년 11월 외환카드 주가 조작을 공모한 혐의(증권거래법상 부정거래금지 위반)로 검찰이 청구한 유회원(55) 론스타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민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민 부장판사는 또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엘리스 쇼트(46)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45) 론스타 아시아지역 고문변호사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하지 않았다. 법원은 그러나 스티븐 리(37.미국 체류 중) 전 론스타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만 발부했다. 스티븐 리는 이미 올 3월 횡령 등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문병주 기자

◆ BIS 비율=은행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튼튼한지 나타내며, 대출.보증 등 자금운용 규모에 비해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를 표시한다. 통상 비율이 8%를 넘으면 건실한 은행으로 인정받는다. 검찰은 2003년 외환은행의 BIS 비율 전망치가 갑자기 6.16%로 낮아져 부실 가능성이 큰 은행으로 전락해 론스타가 인수자격을 얻게 된 점에 주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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