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대통령의 '극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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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를 통한 금리소득 수준을 넘는 초과소득은 전액 과세로 환수할 수도 있다는 자세로 정부의 의지를 가져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민생안정 점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은 후에 한 말이다. 盧대통령은 "지역에 따라서는 1가구 1주택의 경우도 투기적 요소가 있으면 대책을 세우는 것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얼핏 들어보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의 말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정한 기준을 넘는 소득을 정부가 나서서 무차별로 거둬들일 수 있다는 발언은 투기 대책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금리라는 잣대를 들이대 그보다 많은 수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자칫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초를 뒤흔들 수도 있다. 돈이 높은 수익을 좇아 옮겨간다는 시장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盧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라면 반시장적인 수단.방법도 불사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말이다.

지난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선 "강력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이미 대부분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사문화한 제도다. 사유재산 보장이란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반복되는 극단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간 부동산값은 안정되지 않았다.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강도 높은 발언이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부동산 대책에 대한 내성(耐性)만 키우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송상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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