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찾아 “적의 적은 우방”/이란ㆍ이라크 수교재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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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라크,봉쇄망 뚫기 고육책
이라크와 이란이 국경문제 및 포로교환을 마무리지은데 이어 국교정상화까지 합의에 이른 것은 서방측의 봉쇄망에 구멍을 뚫겠다는 이라크의 고육지계와 이란의 실리추구 속셈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쿠웨이트 침공 이후 이라크는 한달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해상봉쇄로 인해 식량 및 보급에 있어 날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라크의 이같은 곤궁은 페르시아만사태 발발 이후 중립의 태도를 취해오면서 부족하나마 보급선 역할을 해오던 요르단과 예멘이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이에 따라 이라크는 어떤 형태로든 숨통을 트이게 할 보급선확보가 필요했다.
복교합의에 앞서 이란은 이미 인도주의 명분을 들어 이라크에 식량과 의약품등을 공급할 수도 있다는 「운」을 띄운 바 있다.
양국간 관계정상화이후 이로 인해 파급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대 이라크경제제재의 「누수현상」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라크가 복교를 서두르게 된데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또한 필요성이 컸다.
미국등과 힘겨운 대치를 벌이고 있는 이라크의 입장에서 볼때 이란은 언제 표변할지 모를 위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관계정상화를 통해 동쪽전선을 안정화시키면 이라크는 대미 총력전에만 주력할 수 있는 주요한 전략적 이득을 얻게될 것이다.
실제로 이라크는 지난달 중순 한참 고립이 가중됐을 때 이란과 터키 접경에 40여개 사단을 배치,전력의 분산이 불가피했으나 이제 이란쪽에 있던 25개 사단중 상당병력을 뺄 수 있게 돼 부담을 덜게 됐다. 이란쪽에서 볼 때 이번 복교는 남아도 아주 많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란은 지난달 다급해진 이라크로부터 대폭 양보를 얻어내 국경문제와 포로문제를 해결했고 앞으로도 암암리에 대 이라크 밀무역을 해나가며 적지않은 잇속을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란과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의 연간 교역액은 2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식량 및 각종물품을 이라크에 삼각중개하는 이원권만 행사하더라도 그 수입은 짭짤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이란과 이라크간은 1천㎞가 넘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단속한다 하더라도 효과적인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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