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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 시절 만화들 '부활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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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는 행복한 계절이다. 최근 TV드라마로 만들어져 '다모 폐인'신드롬을 낳았던 방학기씨의 '조선 여형사 다모(茶母)'와 1980년대 대학생의 연애풍속도를 그린 강철수씨의 '발바리의 추억'처럼 10여년 전 발표된 청장년층 대상 만화는 물론이고,'그 시절'의 어린이용 만화도 속속 다시 독자들을 찾는 중이다.

90년대 작품인 '조선 여형사 다모'(전5권.천년의 시작.각 8천5백원)는 같은 작가가 70년대 '다모 남순이'에 이어 두 차례나 만화로 만들었을 만큼 소재 자체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관련 문헌을 꼼꼼히 살펴 그려낸 무술 장면은 요즘 소년 만화의 액션과는 전혀 다른 맛을 준다. 젊은 독자들이라면 채옥의 활약이 한층 두드러지는 만화와 다양한 인물이 새로 추가된 드라마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발바리의 추억'(전9권.애니북스.각 6천5백원) 역시 올해 초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써 TV드라마로 방송된 작품이다. 더벅머리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주인공 '발바리'는 70년대 '사랑의 낙서'로 등장해 90년대 '돈아 돈아 돈아'까지 장수한 캐릭터인데, 그 중에도 88~90년 연재된 이 '발바리의 추억'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칸칸에 빼곡한 발바리의 독백은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이고 요즘에도 유효한 연애의 상념을 잠언처럼 전달한다.

이런 성인물뿐 아니라 어린이 대상 작품도 성인 독자를 겨냥한 고급판형으로 탈바꿈해 복간되고 있다. 최근 완간된 고야성씨의 '로보트 킹'(전13권.길찾기.각 8천원)은 이제 성인이 된 70년대 말 독자들을 위한 소장용으로 기획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 해설. 작가 인터뷰.패러디 만화를 담은 특별부록을 제작했고, 표지도 검정색 하드커버로 고급스럽다.

전3권 가운데 첫권이 나온 김수정씨의 '일곱개의 숟가락'(행복한 만화가게.각 1만2천원)은 요즘 어린이가 보기쉽게 채색을 새로 입혔지만, 3백80여쪽의 두툼한 분량은 이 책을 권해 줄 부모세대의 눈길을 먼저 끈다.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5남매의 이야기를 감동과 웃음으로 그려낸 90년대초 작품이다. 행복한 만화가게의 진용진 팀장은 "성인독자도 읽을 가족만화"라면서 "만화에도 '명작'개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복간되는 만화들은 과거 작품성을 검증받았다는 점 외에도 서점 유통을 겨냥한 특징이 있다. 애니북스의 정은영 팀장은 "청소년용 만화는 대여점 위주로 유통되지만 이들 작품은 구매력있는 세대가 즐겨본 만화"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전10권으로 복간한 고우영씨의 '삼국지'는 지금까지 20만부가 팔려 복간만화 출간에 큰 불을 댕겼다. 물론 이같은 흐름에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교수는 "기존 만화시장이 정체해 신작 기획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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