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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도 언젠가 수축돼 블랙홀된다”/스티븐 호킹박사 서울대서 강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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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0억년내엔 일어나지 않아”/컴퓨터 음성합성기로 대화
「휠체어의 천재물리학자」,「아인슈타인 이후의 가장 총명한 이론물리학자」,「베토벤에 버금가는 위대한 인간승리자」 등으로 불리는 스티븐 W 호킹박사(48ㆍ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8일 서울에 왔다.
호킹박사는 10일 오전 서울대 문화관에서 천체물리학교수를 대상으로 「우주의 기원」에 대해,오후에는 호텔신라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블랙홀과 아기우주」에 대해 강연했다.
갈릴레이가 죽은 날로부터 꼭 3백년이 되는 42년 1월8일 영국 옥스퍼드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호킹은 옥스퍼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지 못했을 정도로 그때까지는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일반상대성원리와 양자역학을 종합ㆍ발전시켜 우주의 전체적 생성과 역학적 모델을 제시하고 종래의 블랙홀 학설을 뒤집는 등 새로운 우주를 그려낸 위대한 물리학적 업적을 남겼다. 더구나 근위축성 측색경화증(근무력증)이란 극심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자란 점에서 업적이 더욱 빛난다.
◇의사표현방법=그는 휠체어에 부착된 컴퓨터 음성합성기로 의사를 표현한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컴퓨터 스위치를 누름으로써 대화는 시작된다. 화면에는 알파벳이 나타나고 커서(화면위치를 표시하는 기호)가 한자씩 훑어내려간다. 이때 원하는 단어의 첫글자에 커서가 왔을 때 스위치를 누른다. 예를들어 P를 골랐다면 PEACE(평화),POINT(점),POST(우편물) 등 P자로 시작되는 단어들이 계속해 나타나고 커서가 필요한 단어에 이르렀을 때 스위치를 누른다.
이런 방식으로 글짓기가 끝나면 컴퓨터를 통해 음성으로 합성된 후 휠체어 등부분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말이 나오게 된다. 이처럼 사전에서 단어를 찾듯 글을 짓게 되므로 대화속도가 보통사람의 10배 정도나 걸려 주위사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연내용=호킹박사는 이날 오전 9시50분쯤 강연장소인 서울대 문화관에 서울시가 제공한 장애자용 특수차량편으로 도착.
이 자리에서 서울대 조완규총장등 관계교수들과 학생등 수천명이 빽빽히 자리를 메웠다.
서울대 소광섭교수(물리교육학과)의 통역으로 곧바로 「우주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한 호킹박사는 음성합성기를 이용,『들을 수 있습니까?』라는 첫마디와 함께 강연에 들어갔다.
강연중 중간중간 호흡기가 좋지안은 듯 계속 기침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강연중 「블랙홀과 아기우주」를 간추린 것이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을 지닌 작은 천체로 그 주위에 있는 모든 물체를 삼켜 버린다. 크기는 태양의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밀도는 수조배나 된다.
만일 태양이 직경 수㎞정도로 작게 수축된다면 빛은 엄청나게 휘어지게되고 작아진 태양에서 출발한 광선은 중력장이 끌어당기므로 태양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으므로 어떠한 것도 탈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어떤 물질이 충분히 농축되면 블랙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태양도 수축될 수가 있다. 태양은 언젠가는 자신의 핵연료가 바닥이 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열을 잃어 수축이 시작된다. 직경 수십㎞의 중성자성을 거쳐 이보다 작은 블랙홀로 바뀌고 말 것이다. 그러나 50억년 안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블랙홀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관측증거도 있다. 블랙홀도 입자와 복사파를 내보내기 때문에 언젠가는 질량을 모두 잃게 될 것이며 결국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 입자들은 작은 아기우주로 사라져 또다른 블랙홀을 통해 방출될 것이다.<신종오ㆍ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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