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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상화 추석후나 가능/초반부터 공전… 언제까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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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행조건 달라 협상 오래끌 듯/등원후도 내각제 등 불꽃 공방
10일 여당 단독으로 개회식을 가진 정기국회는 남북 총리회담ㆍ중동사태 등 국내외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인데도 열리자 마자,휴회에 들어가 개점휴업의 파행출범을 했다.
7월 임시국회에서 민자당이 26개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데 항의,의원직 사퇴서를 낸 야당의원들의 원내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원들만 참석한 채 개회된 국회는 우선 10일간 휴회를 결의,11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연기하면서 야당복귀를 기다리기로 했지만 아무런 수습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2차ㆍ3차 휴회결의로 이어져 장기 공전이 예상된다.
때문에 정기국회 초반의 관심은 국회공전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되고 야당이 언제 어떤 조건과 형식으로 등원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사퇴정국 타개를 위해 박준규국회의장이 7일 야당의원들의 사퇴서를 반려하고 김대중 평민당총재를 방문,국회 복귀를 요청했고 민자당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태우­김대중회담주선 용의등을 전제로 한 「선등원 후협상」을 제안했으나 야당은 지자제 전면조기실시등 5개항의 「선보장 후등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민자당은 단독운영을 피하기 위해 우선 국회 문만 열어둔 채 여론을 통해 외압을 가하면서 막후 협상을 한다는 양면 작전을 쓰고 있으나 평민당을 누그러뜨리기가 쉽지않다는 분석이다.
김대중총재가 추석무렵 광주를 방문할 계획인데다 민자당이 당초 9월말로 예정했던 함평­영광지구 보궐선거를 평민당측이 추석이후 10월 말 전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미뤄 등원협상의 돌파구는 추석이 지나서야 뚫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평민당이 등원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내세운 5개항의 선행조건의 충족과 야권통합의 갈래가 분명히 드러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야권통합협상은 민주당측의 소극적 입장 때문에 통합가망성은 거의 어두워진 상태다. 그러나 그 어느쪽도 통합협상 결렬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에 평민당측이 섣불리 민자당측과 등원협상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민당이 내건 5개항의 조건도 민자당으로서는 들어주기 어려운 것들이다.
내각제 포기선언이나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모두 다음 대권문제와 얽혀있어 여권내부에서도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평민당은 10일 의총에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즉 △국회의장의 사과 △날치기통과를 한 김재광국회부의장ㆍ김동영총무의 인책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걸고 지자제 단체장선거가 최우선 과제라고 결의한 것이다.
평민당으로서도 국회해산ㆍ조기총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론의 비난을 받아가며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등원의 명분을 모색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더군다나 10월16일 평양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총리회담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가 되고 민생문제등 국내외의 사태로 정치권의 무위와 끝없는 쌈박질에 대한 염증과 비난이 고조되면 야당도 견디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민자당으로서는 이미 대야창구 개편문제가 당내에서 제기되어온 만큼 당직개편과 지자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야당과의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민자당내에서도 야당등원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다르다.
김영삼대표최고위원 등 민주계는 시간이 지나면 야당의 등원은 불가피하므로 서둘지 말고 기다리자는 입장인데 반해 민정계나 공화계는 평민당에 뭔가 손에 쥐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이견이 조정되면 구체적인 수습카드가 마련될 것이다.
평민당은 이런 조건들이 부분적으로 충족되면 무조건 등원 형식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전후해 노태우­김대중회담이 국회정상화를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열릴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야당등원으로 일단 국회가 정상화 되더라도 순탄한 국정감사나 정상적인 국회운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지방의회선거가 치러지게 되어있고 내각책임제개헌론이 제기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정감사는 물론 올해보다 무려 19.8%나 늘어난 27조2천억원 규모의 91년도 예산안 삭감투쟁을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하게 따져들 것이며 지자제,내각제개헌공방,선거법개정,날치기통과 된 일부 법률의 재심의,남북 총리회담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차원의 조치,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 등 안보관계법의 대체입법이나 개정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이같은 난제들 중에서도 지자제와 선거법개정이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할 것이며 내각제 개헌문제는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 등 안보관련법 개폐등은 남북 총리회담등 남북한 관계가 급변함에 따라 대체입법이나 대폭 수정이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둘러싼 여야간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없으며 막판 예산안통과와 각종 법률안의 처리를 놓고 거친 한판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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