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력 수출로 경제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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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의 노동자원은 문자 그대로 무진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노동자원과 저렴한 노임이라는 강점을 갖춘 중국이 세계의 노동시장에 우위를 점하게 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련이 이미 8천만명의 인력이 소요될 시베리아 개발사업에 중국의 참여를 환영하고 있다. 구미각국의 노동력부족을 감안할 경우 노동력수출은 중국의 신흥사업으로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
중국도 내부사정상 「노무대군」을 해외에 진출시키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산업화·도시화의 추세 속에 금세기 말까지 농촌지역에서 잉여노동인력이 2억 명, 도시지역의 실업이 3천만 명으로 예상되는 만큼 돌파구는 사실상 노동력 수출밖에 없는 셈이다.
세계노동력시장은 현재 약 2천만 명으로 세계무역총액의 20%인 6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만 명선. 인도·파키스탄에 버금가는 임금수준이고 보면 중국의 노동력수출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노무자 1백만 명이 1인당 연간 2천 달러씩 벌어도 20억 달러의 외환소득을 올릴 수 있다. 이만한 액수라면 중국의 국제수지 상황을 호전시길 수도 있다. 이밖에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선진기술과 관리경험을 습득할 수 있다.
외환사정개선·실업대책·노하우의 도입이라는 1석3조 효과를 중국이 앞으로 외면할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대륙에서 홍콩으로 흘러드는 이른바 불법노동자들의 대열은 중국이 안고있는 현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경찰의 단속으로 걸러 든 중국인 불법노동자수는 88년 1천5백 명, 89년 약2천명에 이르며 홍콩교도소의 전체수감자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4%·28%로 늘어나면서 홍콩의 교도소가 만원사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단속에도 홍콩에 밀입국하여 불법노동을 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본토와의 임금격차, 중국에서의 한달 임금이 1백50인 민폐(약 3만원)내외인 노동자가 홍콩에서 일할 경우 하루 8시간 노동에 2백 홍콩달러(약4만원)를 받을 수 있다. 평균3백∼3백50홍콩달러를 받는 홍콩 현지 인에 비해 「착취」당하는 사실보다 한 달만 잘 버티면 잔업수당까지 합쳐 1만 홍콩달러를 벌수 있다는 꿈은 15개월간의 감옥생활 공포를 무디게 만들기에 족한 셈이다.
그러나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은 금의환향하기보다 대부분이 경찰의 투망 식 단속에 걸려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중국으로부터의 불법노동자가 검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홍콩으로 넘어가는 것은 『자신이 버는 소득은 자신이 모두 소유한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합법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중국노동자들이 그의 임금을 국가로부터 받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아래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재 중국에는 노동력수출을 담당하는 국제경제합작회사(중국정부와 외국기업의 합작에 의한 인력송출회사)가 87개에 이르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벌어들인 연인원 35만 명분의 11억 달러가 모두 국고에 귀속된 반면 노동자들도 국내유사직종의 급여수준과 형평을 고려한 임금을 국가로부터 지급 받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중국인을 현지 채용할 경우도 중국의 인력관리당국에 급여를 지불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국의 해외진출 인력은 외국기업과 자신의 정부에 2중으로 고용된 입장이며 임금격차만큼 본 의건 본의가 아니건 사회주의 도덕에 충실한 셈이다.
국제간 노동력의 유동역사는 흔히 초기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지적된다. 사회주의 중국이 이제 와서 노동력수출을 통해 외환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렇게 어울리는 광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당국은 가정부·운반 공·청소부·사무원이·호텔종사원 등 노동인력수출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서구의 노예제 폐지로 노동력이 부족했던 무렵인 청조 말,「쿠리」(고력)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중국인의 해외진출이 이루어진 역사적 선례가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어떤 명분으로 이루어져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홍콩=전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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