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이번엔 '탈(脫)DJ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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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언제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지해서 살 것인가, 독립해서 살아야 한다.”

‘미스터 쓴 소리’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연일 민주당을 향한 고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관계설정과 향후 민주당의 정계개편 논의방향 등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 것.

특히 조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DJ식의 ‘무호남 무국가론’을 발판삼아 정계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젠 DJ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脫) DJ론’을 역설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독자적으로 사는 게 DJ의 뜻 받드는 것”

조 의원은 지난 30일 CBS 라디오 에 출연해 “DJ가 정치적 발언을 했더라도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원로, 전직 대통령 아니냐”며 “DJ의 행보나 발언엔 신경쓸 것 없다. 우린 우리대로 독자적인 방향을 가지고 나가야지 언제까지 DJ의 영향을 받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31일에는 “DJ도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 않느냐”면서 “(민주당이)독자적으로 사는 게 DJ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DJ의 기본철학은 계승하되 정계개편 등 구체적인 정치행위까지 일일이 기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북한 핵위기의 1차적인 피해 대상은 한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공조에 나서야 한다”며 “햇볕정책의 전제가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고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지금은 이 두 가지가 부정된 상태이므로 일시보류해야 한다”고 말해 DJ가 강연정치를 통해 '햇볕정책 고수'를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조 의원은 DJ가 우리 정부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참여확대에 반대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국가의 안보와 존립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그 분과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열린당 기득권 버리든 말든, 우리가 왜 버려!”

그는 최근 열린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조 의원은 “북한 핵실험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 무슨 정계개편 논의냐. 지금은 정계개편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기국회 끝나고 내년 가서 논의하는 것이 원칙있는 연대논의”라고 성토했다.

열린당과 민주당의 재결합 가능성과 관련, “열린당이 ‘민주당과의 분당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그런 세력하고 재결합 한다는 것은 우리가 잘못을 같이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열린당이 기득권을 버리든 말든 우리가 왜 기득권을 버리냐”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 의원은 다만 “열린당 당 차원이나 집단적 차원에서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분당에 책임이 없는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좋다”고 말 했다.

조 의원은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선 “신당 창당 여부를 밝히는 것에 앞서 노무현 정권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먼저 자기의 입장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기존의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네티즌 “조순형은 정치꾼 아닌 1% 남은 '참 정치인'”

자신의 별명답게 쓴 소리를 퍼붓고 있는 조 의원을 향해 일부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조 의원과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통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네티즌 ‘jbsong47’는 포털사이트 의 댓글란에서 “진정으로 국가를 생각하는 몇 안 되는 국회의원 중 단연 TOP”이라며 “이런 분이 어떻게 아직도 DJ의 꼬리가 붙어 있는 당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민주당은 이제 DJ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mnkgc’는 “잎파리도 다 떨어진 늙은 고목나무에 기대어 무엇을 찾겠느냐”면서 “쓸모없는 고목은 팽개치고 그 그늘에서 탈피해 나와야지요, 홀로서기로 꿋꿋이 서야 그게 바로 국가를 위한 훌륭한 자질을 가진 정치인이라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ych1117’은 “후배들은 대선배님의 열정을 본받아라”고 했고 아이디 ‘pcm114’는 “조 의원은 선친의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정치꾼(거의 모든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닌 1%의 마지막 남은 이 나라의 '참 정치인'이다. 정말 예리한 촌평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네티즌 ‘xuthus’는 “재보선에 당선되고 나서 바로 DJ 찾아가 책 선물 하면서 온갖 아부는 다 하더니 이제 와서 딴 소리”라고 힐난했고, ‘dawnking1223’은 “(민주당과)정체성이 안 맞고 한나라당과 코드가 맞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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